[뉴욕마감]"전운+불확실성" 2주째 급락

[뉴욕마감]"전운+불확실성" 2주째 급락

정희경 특파원
2003.01.25 06:24

[뉴욕마감]이라크전 우려에 2주째↓

[상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미국 주식시장이 24일(현지시간) 이라크 전이 임박한 듯한 분위기 속에 급락했다. 5일째 하락세를 접고 반등한 지 하루 만이다.

증시는 출발부터 약세였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개장 2시간 만에 8200선이 무너졌고, 전날 반등을 주도했던 나스닥 지수도 가파르게 내려갔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도 880, 870선이 연속 깨지며 4개월래 최대폭 급락, 860선 마저 위협받았다. CBS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폴 에드만은 시계가 전쟁을 가르키고 있다며, 최종 카운트 다운은 이미 시작됐다고 이날 분위기를 대변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채권은 급등했고, 금 값과 상품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 검토 가능성에도 3일 만에 급등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9일 연속 하락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유로당 1.08 달러선을 상향 돌파, 3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파장은 대서양 건너 유럽에도 전해 져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일째 하락하면서 7년래 최저치를 보였다.

다우 지수는 편입 30개 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238.46포인트(2.85%) 급락한 8131.01로 마감했다. 세자릿수 상승은 최근 7일장 가운데 5번째이며, 이날 하락폭은 연중 최대였다. 나스닥 지수는 46.12포인트(3.32%) 하락한 1342.1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 1335.51를 불과 7포인트 남겨 놓은 것이다. S&P 500 지수는 25.93포인트(2.92%) 내린 861.40으로 장을 마치며 860선에 턱걸이 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해 9월 27일이후 가장 큰 폭이다.

주요 지수는 2주째 하락했다. 다우 지수는 한주간 5.3% 떨어졌고, 주간으로는 지난해 7월 19일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S&P 500 지수는 4.5%, 나스닥 지수는 2.5% 각각 내렸다. 다우와 S&P 500 지수는 올들어 각각 2.5%, 2.1% 하락세를 기록하게 됐다. 나스닥 지수는 겨우 0.5% 오른 상태다.

증시 급락의 핵심 요인은 이라크 전 우려였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매우 신빙성 높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라크 압박을 계속했다. 백악관이 유엔 무기사찰단의 조사 활동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오후 전해졌으나 앞서 긴장감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조사 연장은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라크가 사찰단의 과학자 접촉을 금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 무장해제를 공격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라크 내부 문건을 인용, 핵심 군 관리들이 화학무기로 무장해 전쟁 발발시 예상보다 추악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내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이 되는 독일과 현 의장국인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이라크 공격에 반대 입장을 보인 가운데 미국은 정치적, 논리적으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전쟁의 파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MG 파이낸셜 그룹의 외환 투자전략가인 애슈라프 라이디는 "유엔 안보리의 불협화음이 커지는 것은 미국이 유엔의 지원없이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이는 동의를 얻는 경우에 비해 달러화에 더 부정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27일로 예정된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보리 보고 보다는 2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를 통해 이라크에 포문을 열었었다.

투자자들이 전운은 높아지고 불확실성은 커지는 이라크 사태에 주목, 매매를 자제한 반면 기관들의 프로그램 물량이 쏟아지면서 이날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가세할 경우 증시는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또 전날의 기술적인 반등이 재연될 수 있으나 이라크 상황이 투명해 지지 않는 한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됐다.

이날 주목한 만한 기업 실적 발표나 경제지표는 없었던 점도 이라크에 대한 관심만 높이도록 했다. 업종별로는 금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떨어졌다. 반도체 컴퓨터 항공 등의 낙폭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97% 급락한 283.67을 기록했다. 편입 16개 전 종목이 떨어진 가운데 최대 업체인 인텔과 경쟁사인 AMD는 4.9%씩 하락했다.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노벨러스 시스템즈도 각각 5.6%, 5.5% 내렸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6.1% 하락한 8.25달러에 거래되며 6년 반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최대 온라인 상점인 아마존은 실적이 호전된 데다 향후 전망도 밝아 2% 상승했다. 아마존은 전날 장 마감후 4분기에 주당 1센트의 순익을 냈다고 밝혔다. 특별 손실을 제외하면 주당 19센트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주당 14센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아마존은 올해 매출 증가율도 종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아마존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높였다.

최대 보험사인 AIG는 모간 스탠리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한 가운데 7% 하락했다.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도 각각 4%,5% 떨어졌다.

방위 산업체는 한때 강세를 보이다 하락 반전했다. 세계 최대인 록히드마틴은 4분기 주당 77센트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전년동기의 주당 3.49 달러손실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특별비용을 제외하면 주당 85센트의 순익을 내 전년 동기의 주당 67센트보다 개선됐다. 록히드마틴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 보다 8~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는 1.4% 떨어졌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작하고 있는 레이시온은 미사일 판매 호조에 힘입어 4분기 순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힌 가운데 1.4% 하락했다. 주당 순익은 38센트로 예상치를 조금 밑돌았다. 그러나 올해 순익은 전문가들의 예상하는 주당 1.69 달러 보다 많은 주당 1.70~1.80 달러로 제시했다.

이밖에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도 실적호조 및 증권사의 투자의견 상향으로 14% 급등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0~12월 분기 주당 20센트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평균 18센트를 예상했다. 스타벅스는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고, 이에 힘입어 CIBC 월드마켓은 투자 의견을 '업종수익률'에서 '업종수익률 상회'로 높였다.

온라인 증권사인 E*트레이드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0)인 크리스토스 코스타코스의 사임 발표로 0.2% 떨어졌다. 회사측은 현 사장인 미첼 카플란이 CE0를 승계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한편 올해 순익전망을 하향했다.

한편 금값은 온스당 5달러 상승한 369.70 달러에 거래됐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3월 인도분이 배럴당 1.03달러(3.2%) 급등한 33.28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폭은 지난 9일 이후 최대다. 앞서 런던 석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도 배럴당 77센트(2.6%) 오른 30.49달러에 거래됐다.

증시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모두 15억주 수준이었다. 하락세가 압도하면서 내린 종목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2%, 86%에 달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도 36선으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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