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기고]분식회계 관행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조그마한 배를 타고 양자강을 건너가게 되었다. 그런데 도중에 강 한복판에서 무심코 몸을 움직이는 순간 지녔던 보검 한 자루를 그만 물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깜짝 놀란 그는 떨어진 칼을 건지려고 하였으나 목적하는 일이 바빠서 칼을 건지지 못하고 그저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어 보검이 떨어진 뱃전에다 표를 해놓았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이렇게 표를 해 두었으니 볼 일을 본 다음에 돌아와 다시 찾으면 되지 뭐’라고 하고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 강을 건넜다. 제 딴엔 뱃전에 표를 해 둔 곳을 찾아 물에 들어가서 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으니, 이 이야기는 각주구검이라는 고사로 여씨춘추에 전한다.
회계의 분식은 각주구검, 물 속에 빠뜨린 칼을 두고 뱃전에 표시를 해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의 내용과 달리 엉뚱한 것을 기록하여 두고 그것을 실제라고 우기는 한심한 일인 것이다. 분식이란 화장하고 꾸민다는 의미다. 그런데 요즘 단순화장이나 꾸밈에서 나아가 조작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즉, 기업이 허위 매출을 기록하거나 자산 특히 재고자산을 과대하게 포장한다든지 또는 비용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시키는 등의 행위가 바로 그것이니, 한 마디로 어리석음을 지나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최근 한 벤처기업이 코스닥 등록 직전에 내부고발로 분식회계가 들통이 나 공모주 청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절차진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모결과 최종 경쟁률이 623.37 대 1이었다고 하니 분식의 결과에 대하여 놀랄 뿐이다. 분식회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예전엔 자산의 과장 등 손익의 조작 정도에 그쳤던 것이 최근엔 허위매출의 계상을 예사로 하니 과감해졌다고나 할까. 또한 한 두 기업의 문제가 아니니 들은 바에 의하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과감한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고 하며, 게다가 전혀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니, 오죽하면 한때 재벌기업 오너였다는 분이 과거의 분식회계를 인정하면서 `모든 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을까.
분식회계는 회사의 신용도를 높여 주가를 유지하고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지지만, 이는 단기적인 미봉의 효과일 뿐이다. 결국에는 회사는 물론 주주며 채권자며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 설령 일부일지라도 기업의 회계조작은 당연히 시장불신을 야기하며 나아가 거래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니, 은행이 담보를 선호하게 된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 만연한 분식회계로 국내기업의 회계조작은 외국인들의 불신을 야기하여, IMF이후 기업구조조정이나 외자유치 과정에서 많은 거래실패를 유도하였으니 사회적 비용증가의 단적인 면이다. 결국 경제의 비효율을 초래할 뿐이니 사회적 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시장은 신뢰를 먹고 산다. 그러므로 경제의 개혁은 그야말로 분식회계의 근절에서부터 시작되어야겠다. 그것도 사후적 단죄보다 사전적 방지로, 그리고 시스템에 의한 구조적인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