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전경련회장과 대통령

[광화문]전경련회장과 대통령

김영권 부장
2003.02.17 11:40

[광화문]전경련회장과 대통령

 전경련이`손-손 체제'로 짜여지는 듯 싶더니 막판에 조합이 바뀌었다. 재계총리와 재계부총리의 궁합을 맞추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시골 진주중학교에서 1,2등을 다투는 친구이자 라이벌로 만난 손길승회장과 손병두부회장은 사회에 나와서도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인 동시에 경쟁자였다. 대한석유공사(현 SK㈜)를 놓고 SK와 삼성이 치열한 인수전을 벌일 때 두 사람은 각 그룹의 인수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결과는 SK의 승리. 이를 발판으로 SK는 오늘에 이르렀지만 손병두부회장은 삼성을 떠났다. 가까이는 있되 함께 있을 궁합은 아닌가 보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만나자 마자 헤어졌다.

 전경련이 손 부회장을 물린 이유에는 노무현 차기 대통령과의 궁합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빅딜을 주도한 전력이나 오랫동안 재계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고정된 강성 이미지 등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진용을 완전히 바꾼 전경련 체제는 내부 팀워크 뿐만 아니라 노 당선자와의 궁합도 잘 맞출 수 있을까.

 대통령과 전경련회장의 관계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은 `찰떡궁합'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뜻을 맞춰 고속도로를 닦고 조선소를 세우고 자동차회사를 키웠다. 아마 정치자금과 댓가성 특혜도 충분히 오갔을 것이다. 정주영회장이 건립한 여의도 전경련회관 정문 앞에는 박 대통령의 친필 기념석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정치자금을 끌어당기는`빨대' 역할을 했던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은 그냥 넘어가자.

 YS때 재계 파트너는 최종현회장이었다. YS는 재계로부터 단 한푼도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는 `깜짝 선언'을 했다. 노태우대통령의 사돈인 최회장은 YS 초기 청와대의 재계인사 초청대상에서 빠지는 등 `왕따'를 당했다. 그러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주창자로서 민관합동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이끌었다.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도 정부 위임을 받아 재계 자율로 해결했다.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정-재계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DJ 때는 참으로 극적이다. 재계대표가 된 김우중회장은 `50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론'을 내세우면서 DJ와 함게 경제의 쌍두마차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대통령 속앓이를 시키다가 결국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김각중회장은 조용했다고 치자.

 이제 전경련은 노무현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손회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 비전을 제시했다. 좋은 일이다. 정부의 재벌정책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경련의 개혁과 변신부터 꾀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비오너 출신인 손 회장이 재계총리로 선임된 과정을 보면 전경련이 얼마나 철저하게 4대 재벌 위주로 움직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경련 예산의 대부분은 4대 재벌이 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은 `재계의 대변자'가 아니라 극소수 `재벌의 대변자'일 뿐이다. 전경련은 재벌 오너들의 모임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를 위해 명예로운 일을 하는 곳으로 완전히 탈바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상은 자꾸 떨어지고 존립근거도 위태로와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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