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거시경제정책의 실종

[광화문]거시경제정책의 실종

강호병 이코노미스트
2003.02.20 12:07

[광화문]거시경제정책의 실종

지금 경제와 증시의 화두는 불확실성이다. 미래에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우리경제와 증시를 이토록 옥죄는 환경도 없는 듯하다. 밖으로는 북핵, 이라크전같은 불가항력처럼 보이는 변수들이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안으로는 정권교체기에 수반되는 경제팀의 인선과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성장잠재력 향상에 대한 무관심 등이 투자의욕을 뺏어가고 있다.

지금 경제는 중국수출이라는 외발에 의존한 채 간신히 침체국면을 비켜가고 있다. 시장 실질금리가 0%수준으로 내려와 있지만 투자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간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소비도 가계대출이라는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내리막길이다. 오히려 2002년까지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데 따른 후유증은 올해들어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신용불량 문제로 부메랑돼 돌아오고 있다. 체감경기는 이미 2001년 9.11테러직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와있고, 그것은 이제 실물경기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

경기와 함께 물가나 경상수지도 나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3.8%로 지난 2001년 8월이후 1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상승 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1분기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전과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거시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몇년간 투자다운 투자를 못한 잠재성장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그것을 헤쳐나가려 하는 모습은 눈에띄지 않는다. 성장 잠재력 확충, 안정성장과 같은 이슈처럼 이 정도 경제상황이었으면 요란하게 신문을 장식했을 과제들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대신 동북아경제중심국, 분권화, 재벌개혁, 경제정의 실현과 같은 거대한 설계도에 대한 논란만 있을 뿐이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정책관료들은 물론 2월25일 출범하는 새정부 또한 거시경제정책이나 성장활력 회복에 대해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가, 금리, 환율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속에서 새로운 정책효과를 낼 수 있는 채널을 찾아 일관성있는 거시경제정책 조합(policy mix)을 꾸려나가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현재의 경제어려움이 불가항력적 요인에 있다는 이유로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하려는 모습이 지배적이다.

재벌개혁, 경제정의 실현 등 우리경제가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 꼭 해야하는 과제다. 그러나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는 분명 우선순위와 시행속도 조절이 필요한 사안이기도하다. 신정부의 경제팀은 불확실한 경제의 앞날을 헤쳐나가는 것이 최우선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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