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새 정부 경제 아젠다
얼마전 정부의 한 국장급 경제관료에게 “새 정부 경제아젠다는 한 마디로 뭡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선뜻 답변하지 못하다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이라할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아젠다(Agenda)’란 경제주체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비전 또는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말 자체가 어려워서 그가 주춤거렸을 리 없다. 경제부처를 오랫동안 출입했고 인수위를 취재했던 경제기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 12대 국정과제 가운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즉 재벌개혁, 투명성 강화 등이 ‘사실상’ 아젠다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1일 ‘12대 국정과제’를 발표했고, 지난 3일 첫 경제장관간담회, 4일 첫 국무회의가 열렸으나 새 정부 5년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증권.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악재로 작용했던 ‘정책 불확실성’이 경제팀 인선을 계기로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경제팀원들의 컬러를 보고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셈이다.
‘개혁 장관, 안정 차관’이란 조각 모토와 달리 경제장관들은 ‘안정실무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자꾸 불안하다고 하기에, 왜 불안하냐고 물었더니 구체적으로 이유를 대지 못하더라”고 말했지만 조각에선 ‘안정’을 크게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 경제팀이 ‘원만하고 능력이 뒤지지 않는 인물들 ’로 구성된데 이론이 없다. 그러나 선발팀의 구성을 보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감'잡기는 여전히 어렵다는게 시장의 목소리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 최근 세계적인 현상임을 감안할 때 이를 새 정부만으로 문제로 부각시키고 의도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제주체들의 에너지를 결집시킬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을 자신과 직결되는 현안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 아젠다로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현재로선 막연히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도 애매하다.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상속세 완전포괄주의 등 정황을 살펴 “재벌개혁이 새 정부의 아젠다인 것 같다”고 짐작하는 정도이다. `공정한 시장'이란 말이 `투명성 강화'와 `분배 정의 강화'란 서로 다른 의미로 제각각 해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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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의 아젠다는 성패를 떠나 비교적 분명했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 아젠다가 ‘구조조정’이란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김영삼 정부에선 ‘시장개방과 규제완화’였다.
경제의 바로미터인 주식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후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다. 390조원의 부동자금(浮動資金)은 새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탐색만 하고 있다. 새 정부가 적어도 5년동안 우리 경제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