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기본으로 돌아가자

[광화문]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중수 부장
2003.03.10 12:33

[광화문] 기본으로 돌아가자

인터넷 망을 이루는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는 검사(filtering)와 감사(Audit)가 따르게 된다.

검사는 부적절한 통신폭주(Traffic)가 발생하거나 잘못된 주소로 찾아드는 통신량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프로토콜을 일일이 체크하거나 접근권한을 갖는 주소인지, 또는 해킹 위험이 있는(허가받지 않은) 주소인지를 순차적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근이 허가되는 주소나 프로토콜을 모두 접근제어 목록에 기록해 '정밀한' 검사를 하게 된다.

감사는 말 그대로 사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같은 검사절차를 제대로 통과한 것인지, 그랬는데도 발생한 문제라면 검사 과정에 미비한 점이 있지는 않았는 지 등을 판별하게 된다.

이같은 검사와 감사는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잘못되거나 문제를 일으킬 만한 소지를 없애려는 의미를 지닌다.

기계적으로 오차없이 이뤄지는 네트워크 세계에서조차 이같은 절차들이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곧바로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해결하게 되고 다음에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안에 더욱 만전을 기하게 된다. 네트워크 세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하물며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에서야 어떻겠는가.

사회 각계 각층의 요구가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오늘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현 시점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하는 부분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사전 검사를 철저히 해보자는 얘기다.

'통일이 우리 민족 최대의 필연적 선택이다. 교육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재벌과 기업의 투명성만 갖추면 경제 문제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이같은 원론적인 과제들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대두돼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어떤 문제부터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데 좀더 꼼꼼한 연구와 사전 검사가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 문제들을 대하면서 제도가 문제라거나 구태의연한 사람의 척결이 우선이라거나 하는 사고를 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모든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그래서 나는 깨끗하고 절대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면 지나친 과언일까.

나는 잘못이 없고, 우리 선대들이 망쳐놓은 것을 바로잡는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두자. 기자로서 문화부에 출입할 때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빈약하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문화에 집중하지 않으니 우리 문화가 늘 척박하고 소외돼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사회부나 경제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1순위는 보육문제로 바뀌었다. 남녀할 것 없이 모두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해야 할 최우선 순위의 일은 유아원-유치원 등의 보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판단이었다. 이밖에도 사회 각층의 우선 요구가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 사회는 나름대로 검사의 기능이 있다. 미리부터 탁상이나 어느 한 개인 또는 집단의 머리에서 나온 각본대로 진행하는 개혁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검사가 잘못될 수도 있다. 잘못된 검사는 감사를 통해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어느 누가 '내가 절대적'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신이 아닌 한.

이제는 기본부터 충실하자. 검사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감사에서라도 바로잡아야 미래의 비전을 보다 정밀하게, 무리없이, 그리고 다수의 공감을 얻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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