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金행장, 능력을 보여주세요"
'헬쓱해지셨네.'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이 지난 12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와 관련, 주채권은행으로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본점 기자실에 들어섰을 때 느낀 인상이었습니다. 늘 편안한 미소와 중후한 외모의 김 행장이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헬쓱한 인상이 그날따라 유난히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김 행장은 당시 SK글로벌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며칠째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최태원 SK회장으로부터 사재 일체를 담보로 받아내기 위해 직접 밤늦게까지 SK그룹 고위 경영진과의 협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실 요즘 김 행장이 느낄 심적 부담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전과 북핵문제로 가뜩이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터진 대형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최고 위치에 있으니까요. 또 경제부총리, 금감위원장도 공개적으로 채권단이 나서 조기에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보니 더더욱 부담이 크겠지요.
지금까지 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처리를 주도했던 부실기업은 남광토건 미주제강 등에 불과합니다. 하나은행은 남광토건을 국내 건설업체중 첫 번째로 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켰고 당시 워크아웃기업과 주채권은행간 관계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로 했지만 SK글로벌에 비하면 남광토건이나 미주제강은 규모나 경제적 파장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일부 경쟁 은행들은 '제대로 걸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처리때마다 수익논리를 앞세워 지원을 거부했던 하나은행에 대해 시쳇말로 '쌤통'이라는 거죠.
그래도 하나은행은 SK글로벌에 대한 대응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터진지 이틀만에 SK그룹 오너의 모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받아냈고 공동관리가 결정되기도 전에 SK글로벌에 관리단을 파견, 회사의 자금줄을 장악했습니다. 또 SK대책반에 하나은행만이 아닌 주요 채권은행들을 포함시킴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71년 단자회사에서 시작해 30여년만에 국내 3대 은행에 오른 하나은행. SK글로벌의 회생작업에 실패할 경우 하나은행이 입게될 금전적 손실은 2000~3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경제외적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하나은행에 대해 시장에서 지금까지는 기업금융을 취급했던 기존 시중은행들과는 다르게 봐 왔는데 하나은행도 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SK글로벌 문제로 인해 하나은행의 능력이 지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하나은행이 이번에도 차별성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비단 기자 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