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카드사, 비온뒤 땅이 굳듯"

[현장클릭]"카드사, 비온뒤 땅이 굳듯"

박정룡 기자
2003.03.20 11:27

[현장클릭]"카드사, 비온뒤 땅이 굳듯"

정부의 신용카드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난 17일 카드업계의 분위기는 담담했습니다. 그동안 줄곧 규제완화를 외쳐대던 모습을 생각하면의외의 모습이었습니다. 카드사들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담겨져 있는 `종합대책'이 발표됐는데도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다들 지쳐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잇달으면서 잘 나가던 신용카드산업은 언제부턴가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말았습니다. 신용카드 가두모집 금지에 이어 부대업무비율 50%준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하 등 하루가 멀다하고 규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결과 지난해 결산에서 상당수 카드사가 적자로 돌아섰고, 올 1월에는 급기야 모든 회사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카드사가 적자로 돌아서자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났습니다. 지난달 국민카드는 신임사장 부임을 계기로 전 임원들을 물갈이 했습니다. 국민카드 임원들은 직원들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쫓겨나듯 회사를 떠났습니다.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임원들이 져야한다고 외치던 직원들도 떠나는 임원들의 뒷모습에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연초 삼성카드 이경우 사장이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현대카드 이상기 사장이 자리를 옮겼고 19일에는그룹내에서 삼성을 이긴 유일한 CEO로 존경받던 이헌출 LG카드사장 마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경우, 이헌출 사장은 한때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영자로 추앙받았지만 이임식도 없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원들이 줄줄이 떠나는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었기에 카드업계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또 대주주 증자, 후순위채 발행,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나온 대책이고, 이번 대책이 카드사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수수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는 여론도 뜨겁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겠지요.

 

그러나 수수료 인상에 따른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로 보답하고, 무분별한 경쟁을 자제해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게 된다면 오히려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처럼 말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