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협박에 시달려요"

[현장클릭]"협박에 시달려요"

서명훈 기자
2003.03.25 12:57

[현장클릭]"협박에 시달려요"

"요즘은 채무자의 협박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최근에 만난 한 토종 대금업체 사장의 푸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 사채업자와 대금업체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아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많다고 합니다. 대금업체를 단속하는 경찰이나 검찰 역시 대금업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채무자의 말만 믿기 일쑤라더군요. 최근에는 채무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벌금을 물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대금업체 사장은 푸념을 했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습니다.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직원들이 집을 방문했는데 사람이 없어 쪽지를 붙여놨다고 합니다. 쪽지에는 "어디어디에서 왔다갑니다. 채무상환 문제로 상의할 게 있으니 연락해 주십시오" 이렇게 쓰인 쪽지를 기자에게 보여주더군요.

 

하지만 채무자는 이걸 갖고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현행법상 제3자에게 채무사실을 알릴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쪽지는 채무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기 때문에 위반이라며 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양쪽의 말을 다 들어보지 못했니 어느 쪽이 옳다고 잘라 말하기는 힘들것입니다. 잘잘못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겠요.

 

그 대금업체 사장은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현행법의 모호한 표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추심행위 금지 사항을 '채무자가 위협을 느끼는' 이런 식의 표현이 아니라 '이런이런 행동을 해 선 안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며칠 뒤에 기자는 이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협박으로 온 가족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알아봤더니 앞서 만난 대금업체 사장의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기자가 경험한 두 가지 사건은 '채무자의 협박에 시달리는 채권자' '채권자의 협박에 시달리는 채무자', 전혀 공존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우리 주변엔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더군요.

 

이 두 가지 일은 채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채권자 역시 돈을 받기 힘들도록 만드는 현행법을 보다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