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증시의 두논리 : 생사와 성쇠

[광화문]증시의 두논리 : 생사와 성쇠

강호병 이코노미스트
2003.03.27 12:01

[광화문]증시의 두논리 : 생사와 성쇠

SK글로벌 분식회계파문으로 촉발된 MMF펀드 환매로 경색됐던 채권시장이 평온을 되찾고 있다. 5.20%까지 치솟던 3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이미 MMF펀드 환매이전 보다 낮은 4.67%수준으로 내려왔고, MMF환매규모도 4천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SK글로벌 파문의 불똥이 튀며 거래가 마비되고 호가가 9%대에 이르렀던 신용카드채 금리도 은행 등의 자발적 매수세가 들어오며 6~7%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MMF환매 자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카드채에 대한 투자기피심리가 남아있음을 감안하면 아직도 채권시장은 SK글로벌 분식파문을 진원지로 하는 신뢰위기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SKG글로벌 분식파문이나 카드채에 대한 신뢰문제 등은 거의 잊혀진 사건이 돼 있다. 11일 SKG글로벌 분식파문 후 SK그룹 관련주,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다 악재의 반영을 빨리 끝내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SK글로벌사태후 MMF로부터 17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지고 카드채 거래가 마비되는 단절현상을 보인 것에 비하면 증시의 반응은 미미했다고나 할까.

이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서로 다른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권시장은 생사(生死)의 논리를 중시하는 대신 주식시장은 성쇠(盛衰)의 논리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사는 기업이 부도냐 아니냐 하는 재무안정성을 말하며, 성쇠란 그 기업의 수익성장성이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기업이 20조원이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채권시장은 부족하다고 말하며 주식시장은 왜그리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고 질타한다.

기업이나 정부가 발행한 부채증서가 거래되는 채권시장에서는 그 기업의 수익성이 웬만큼 줄어도 그 기업의 생존여부에 대한 회의가 들지않는 한 가산금리의 형태로 그 차이를 크게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직면한다고 판단되면 그로 인한 가격차이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거래조차 되지 않는 단절현상이 생기며 한번 신뢰가 깨졌을때 복구되는 시간도 주식시장에 비해 오래 걸린다.

이에 비해 주식시장은 수익성에 대한 가치평가도가 매우 높다. 재무안정성이 높아도 수익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좋은 값을 못받는다. 기업의 생존에 대한 의문이 적당히 들더라도 미래수익에 희망을 걸수 있는 한 주식투자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재무안정성 높고 수익성도 좋다면 주식, 채권 양쪽 시장으로부터 좋은 값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재무안정성과 수익성장성 둘중 하나만 좋은 기업을 선택하라고 하면 재무안정성은 다소 떨어져도 수익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쪽에 값을 더 쳐준다.

이는 단순히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이유만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전쟁이 끝나고 경제가 좋아져 기업들의 수익이 증가세로 돌아설때 비로소 증시의 대세상승이 올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나가다가 한번씩 평지풍파를 만나는 채권시장에는 위기에 대응하는 안전책을 잘 구비해둬야하는 것도 잊지말아야한다. 카드채 수급문제에 대한 당국의 뒤늦은 대응을 보면 아직도 채권시장을 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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