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골프를 중단한 은행장

[현장클릭]골프를 중단한 은행장

김진형 기자
2003.04.29 11:59

[현장클릭]골프를 중단한 은행장

4월은 골퍼들에게는 가슴 설레이는 달이라고 합니다. 철쭉이 만개한 페어웨이에서 샷을 날리고 벚꽃이 하얗게 떨어진 그린에서 퍼팅을하면 골프공과 함께 꽃잎이 구르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이런 기분 때문에 골프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하지만 평소 골프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즐기고, 싱글핸디캡을 자랑하는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이 올 봄에는 골프장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윤교중 수석부행장을 비롯한 임원진도 요새 골프를 완전 끊었습니다. 골프 치는 걸 별로 달가와 하지않는 새 정부의 눈치를 봐서가 아닙니다. SK글로벌 사태로 바빠진데다 은행이 가지고 있던 법인 회원권까지 대부분 매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 임원들은 올 봄에 대신 등산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하나은행은 요새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SK글로벌 사태, 가계부실 등으로 인해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실제로 하나은행의 1/4분기 실적은 대손충당금 급증으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정도 감소했습니다. 올해 실적목표 달성도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합병한 옛 서울은행의 누적결손으로 인해 앞으로 3년간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최대한 순이익을 많이 내야만 합병을 통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당초 목표에 미달할 전망이다 보니 김 행장입장에서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명의개서가 안되는 서너개를 제외한 모든 골프회원권을 팔았고 부동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답니다. 옛 서울은행과의 합병으로 고정자산이 1조원대로 증가했고 이중 5000억~6000억원 규모의 무수익성 부동산을 팔기로 한 것입니다. 또 인건비 물건비 등을 절감해 300~400억원 가량의 비용도 줄일 방침입니다. 무수익여신(NPL)도 1조2000억원 가량 매각키로 했습니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해 승승장구하면서 자산 규모 3위 은행으로 성장한 하나은행. 그리고 그 하나은행과 인생을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 행장. 하나은행과 김 행장이 지금 가장 큰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김승유 행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때 SK글로벌 사태 등과 관련해, "금융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해 6개월내에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주주들 앞에 다짐했습니다. 김 행장이 하루빨리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켜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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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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