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은행장한테 돈 얼마받았소?"

[현장클릭]"은행장한테 돈 얼마받았소?"

강기택 기자
2003.05.15 16:42

[현장클릭]"은행장한테 돈 얼마받았소?"

며칠전의 일입니다. 금융당국은 관치금융의 유혹을 떨쳐 버리고 `은행장들 흔들기'를 중단하라는 류의 기사를 쓴 다음날, 기자와 데스크 앞으로는 여러통의 전화와 메일이 왔습니다. 용기 있게 글을 써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있었지만 기자를 당황케 만드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00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대뜸 "당신 우리 은행장한테 얼마를 받아 먹었냐'고 말문을 열더군요. 그리고는 은행장과 임원들에 대해 험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장이 언론플레이에는 능하지만 경영은 엉망이고 그래서 은행이 속으로 골병들고 있다", "우리 은행장은 부패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임원들은 눈치만 보려 들고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한다" 등의 말을 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직원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기자들은 은행을 너무 모른다. △△은행 출신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 지 아느냐. 감찰반으로부터 우리들은 통제받고 감시받는다. 금융권 가계부실를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우리 은행장이다 수당까지 주면서 신용카드를 유치하라고 했다, 그가 은행장이 된 것은 오로지 정치적으로 줄을 잘 잡았기 때문이다"라구요.

 

기자는 늘 독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습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에 대해 기사를 쓸 때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해도 어느 한 쪽은 못마땅해 하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사실을 잘못 알고 썼을 때의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그래서 독자로부터 오보라는 전화를 받을 때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물론 격려전화라도 받을라치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질책과 비난의전화를 받으면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돈을 얼마나 받아먹었느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이날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낸 이들은 대부분 합병은행 직원들이었습니다. 아직도 합병과 구조조정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외견상 합병은 했지만 흔히 말하는 `화학적 결합'은 요원한 게 아니냐. 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쌓인 한이 풀리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까.

 

그런 상념들을 곱씹으며 은행장 흔들기의 진원지는 외부의 `관치'가 아니라 혹시 내부의 투서와 모함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생기더군요. 합병은행과 관련된 투서가 그칠날이 없다는 금융당국자의 말도 생각났습니다. 아님 항의를 한 독자들의 말처럼 내가 진짜 은행들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자 노릇하기 참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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