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대원군이 부활했네요"
조선시대 말기 어린 고종을 대신해 나라를 통치한 흥선대원군을 기억하실 겁니다. 대원군은 당파를 초월한 인재등용과 부패척결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무리한 경복궁 복원사업과 쇄국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조금 과장이 섞였지만 21세기 초입인 2003년 기자는 대원군의 부활을 목격했습니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수 있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조만간 시행됩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전에 로비전과 잡다한 규제들이 나와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처음 만든 규제는 은행이 한 보험사 상품을 50%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은행에게 최소한 3군데 보험사와 강제로 제휴를 맺게 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정부는 소형보험사들에게 방카슈랑스 혜택을 주려면 어쩔수 없다고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금융당국자는 또 다른 배경을 설명해 줬습니다. 당국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판매비중 제한은 중소보험사 보호차원보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이 ING생명, 알리안츠생명과 독점적 제휴를 맺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은행산업은 금융시장의 기간산업과 마찬가지인데 이 기반을 외국자본에 고스란히 뺏기면 안되지 않느냐. ING가 국내 1위 은행의 시스템을 독식할 뻔 했는데 국내보험사들에 이를 나눠줬으니 국내 금융시장 보호를 위해 좋은 게 아니냐?”는 요지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일리는 있습니다. 국민들이 한푼두푼 저금한 돈으로 이뤄져 있는 국민은행의 모든 지점과 시스템을 외국보험사가 독점적으로 쓰면 국내 보험시장에 한차례 충격이 될 겁니다. 외국보험사의 시장점유율도 한 단계 더 올라가게 되고 소형 보험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겁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않는 점이 많습니다. 보험사간 중복 투자와 수수료 경쟁으로 애초 계획했던 것 보다 보험료가 올라갈 것은 뻔합니다. 또 은행이나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금융소비자만 골탕을 먹습니다. “싸고 편리하게” 보험을 들 수 있도록 하자는 방카슈랑스의 기본취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는 겁니다. 외국자본에 문을 좀 덜 열겠다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안기는 셈이지요.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근대화를 저해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금융시장 쇄국정책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진 않을까요. 100년뒤의 사람들은 작금의 방카슈랑스 정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