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은행장이 뭐길래"

[현장클릭]"은행장이 뭐길래"

강기택 기자
2003.08.05 16:23

[현장클릭]"은행장이 뭐길래"

1905년 을사조약 체결. 1907년 고종 강제 전위와 순종 등극, 1910년 한일합방. 조선이라는 국가가 일본에 `M&A'될 때 거쳤던 과정입니다. 국가간 M&A 뿐 아니라 기업이나 은행간 M&A에도 이런 절차를 밟기는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다소 지나친 비유일지 몰라도 은행매각 후 홍석주 행장이 물러나고 3년뒤 합병이 예정된 조흥은행은 현재 `순종황제'를 뽑는 과정에 있습니다. 행장후보 추천위원회가 5일 상견례를 가졌고 이르면 6일 새 행장이 확정됩니다.

 

영욕의 문제를 떠나 당시에 황제가 필요했듯 지금도 조흥은행장은 필요하고 누군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조흥은행의 경우 노.사.정 합의에 따라 조흥은행 출신 인사중 한명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하고 그래서 7명이 지난 1일 신한지주가 인선을 의뢰한 헤드헌팅사로부터면접을 치뤘지요.

 

어떤 인사는 고사했다고도 하지만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경영의지를 피력한 모양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은행장이 되기 위해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소리도 들리고요. 비록 은행은 매각됐지만 CEO로서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은행원으로서의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을 마다하지 않는 거죠.

 

그러나 누가 행장이 되든 ‘독립 조흥은행’이 아니라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조흥은행’의 행장은 비단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하는 자립니다. 노조 등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독립경영'을 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신한지주와 `코드'도 맞춰야 하는 등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자리지요.

 

"남자로 태어나 은행장 한번 해 보는 것도 멋진 일 아니냐"는 한 은행원의 말처럼 CEO들만이 겪을 수 있는 고유의 스트레스를 맛보는 것이 오히려 기쁨일 수도 있지만 새 조흥은행장은 CEO로서 감당해야 할 고뇌가 결코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은행 매각으로 마음이 상한 직원들을 다독거리고 파업으로 인해 망가진 영업력을 회복해야 하는 등 은행 경영을 정상화하는 과정과 신한은행과 합병에 이르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장이라는 자리가 뭔지 몰라도 욕심만으로는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졸업생(전직임원)이 됐든, 재학생(현직임원)이 됐든 개인적인 감투욕을 떠나 조흥은행장의 어깨 위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느낄 줄 알고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분이 행장으로 선출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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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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