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인의 "묻지마 투자"
이번주 증시 움직임을 놓고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정을 추가 상승을 위한 체력 다지기 정도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현재로서는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 확인해야할 몇 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11일 증시는 2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00이라는 숫자가 갖는 심리적인 부담감과 미국 증시가 호재에도 불구하고 연이틀 약세를 보인데 따른 영향, 13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매수차익잔고가 1조4000억원 쌓여 있는데 대한 수급 불안 우려 때문이다.
이중에서 증권사 시황 전문가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증시와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의 상승 탄력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가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한 해외 증시의 상승 탄력 둔화는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증시는 3분기 실적에 이어 고용지표를 비롯해 중요한 경제지표 발표가 일단락된 상황이다. 그간 경제 중에서 유일하게 회복되지 않았던 고용시장마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난 만큼 당분간은 더 이상의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결국 추가 상승 촉매를 기다리며 당분간은 하락 혹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하민성 대투증권 애널리스트)
둘째로는 외국인 매수세다. 미국 증시 약세와 더불어 주목해야할 점은 최근 미국에서 펀드 스캔들로 인한 조사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환매 요구로 미국 주식형 펀드는 지난주 5주일만에 순유출을 나타냈다. 환매 요구가 소폭에서 빠르게 진정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시아 증시와 한국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매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긴 하지만 규모나 증시 영향력이 지난 수개월간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김기수 CLSA증권 상무는 "10월 수준의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 공백의 빈 자리를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메워주면 별 문제는 없으나 국내 투자자들이 지금과 같은 매도 우위를 계속한다면 지수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김 상무는 "이 경우 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하락 리스크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들어 국내에 들어온 자금 대부분은 장기 투자자금이기 때문에 빨리 팔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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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환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의 분산 현상에 따른 지수 영향력 감소에 주목하고 있다, 허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수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시가 비중이 큰 정보기술(IT) 주도력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T주를 샀다 금융주를 샀다 조선주와 해운주에도 관심을 보이는 양상인데 외국인 매수세의 확산이라기 보다는 분산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즉, 한 업종 중에서도 어떤 종목은 매수하지만 어떤 종목은 매도하고,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은 차익 실현도 하는 등의 매매 패턴을 보이면서 지수 영향력이 큰 종목에 대한 일관성은 기존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인 매수세가 갖는 지수 영향력 자체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IT주를 대체할만한 주도주가 없다는 점을 취약점으로 꼽았다. 금융 내수주가 이미 많이 오른 IT주를 대체해 주도주로 부상해야 하는데 아직 내수 경기 회복의 징조가 없어 상승세를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올해 고점은 810 정도로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출장 가서 외국 투자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거의 "묻지마 투자"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즉, 한국을 잘 모르는 돈들도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한국에 투자해달라며 돈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 대규모 매수세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관건은 외국인 매수 공백이 생길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메워주느냐 여부다. 한국 증시의 강세 기조를 확신하는 전문가들도 여기에는 공감하고 있다. 즉, 낙관의 근거는 내수가 바닥을 치고 회복되고 부동산 대책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국내 자금이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과연 그러한가는 아직까지도 미지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