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국민연금 주식투자 전면허용해야"
오호수 증권업협회 회장은 18일 "국내 기관투자자의 위축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벌어간 돈이 삼성전자의 한해 수익보다 많다"며 "국부 유출을 막고 증권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주식투자가 법적으로 전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머니투데이와 가진 머투초대석 대담에서 "증권업계가 올해도 생존을 위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야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투자자의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해 증권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해 증권업계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모 증권사 사장님은 올해 증권업계 화두가 청산이 될 것이란 말씀도 하셨는데요.

▶올해도 증권업계가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증권회사의 수익구조는 시장 매매수수료가 70% 정도로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온라인매매의 비중이 70%를 육박하면서 전체 수익중 매매수수료의 비중은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각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더 이상 매매수수료를 가지고 회사를 꾸려나가기는 힘들게 됐습니다. 최근 증권회사의 수익 구조를 보면 상품운용부문의 비중이 큰 상황입니다. 대형사들은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가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그럴만한 힘이 없는 형편입니다. 이런 뜻에서 일부에서는 올해 화두가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회로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청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해의 화두는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이 되지 않을까 봅니다.
-증권업계가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대책이 있을까요.
▶정부 정책이 대형화 위주로 가고 있어서 중소형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파생상품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춘 대형증권사에게만 허가를 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중소형사의 경우 파생상품 영업을 위한 전산비용, 개발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를 영위하기에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중소형사들이 이런 난국을 타개해 나갈 방법은 현재 몇 개 증권사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한누리증권의 경우 틈새시장을 겨냥하게 기업금융(IB)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온라인매매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미래에셋증권, 키움닷컴증권 등도 성공적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모든 증권사들이 종합증권사를 지향할 경우 어려움은 지속될 것입니다. 각 증권사마다 특화된 분야를 키워서 전문증권사 체제가 돼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품을 가진 회사 30여개가 경쟁하는 시장은 국내 증권시장밖에 없습니다. 대형사들의 경우 소매영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종합증권사 체제를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종합증권사를 하면서도 각 회사마다 더 잘하는 분야, 즉 ‘A증권사는 리서치가 강하다’ ‘B증권사는 선물옵션을 잘한다’는 식의 영업 전문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기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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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증시는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 중 돈 번 사람을 찾기는 힘듭니다. 대부분 외국인들이 수익을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외국인은 올해 2조5000만원 정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를 했습니다. 지난해 외국인들의 평가이익이 12조원 정도인데 이는 삼성그룹의 연간이익 규모인 10조원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국내 기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내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로 시장참여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자의 역할을 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기금관리 기본법에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주식투자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운용자가 주식투자를 했다가 일시적으로라도 손실이 났을 경우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기 힘듭니다. 가장 큰 기관인 국민연금의 자금이 증시에 못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증시에 적극적으로 들어오길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저를 비롯해 증권업협회는 재작년부터 국민연금의 투자금지를 개정해달라고 국회, 정부당국 등에 여러차례 탄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올해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400만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의 여론을 모으고 증권업계의 대표자들과 함께 각 정당, 국회, 정부당국 등에게 직접 이해시키고 설득하는데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통합금융법의 시행 등으로 금융권이 하나로 묶이고 있는데 증권업계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직접금융시장인 자본시장과 간접금융시장인 은행의 발전은 균형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합니다. 방카슈랑스를 시작으로 각 금융업권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은행, 보험권에 비해 경쟁력 구축에서 뒤쳐지는 양상입니다. 증권업계가 업계 발전을 도모하려면 증권사, 투신사, 선물회사 등으로 나뉘어 져 있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야야 합니다. 따라서 증권과 선물협회도 통합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업협회의 증권회사 자율규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지난 2002년 초 증권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증권업협회가 금융감독원장의 위임을 받아 증권회사를 조사할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받았습니다. 투자상담사 등 전문인력에 대한 시험을 현재 협회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증권관련 사고 중 상당부분이 이런 투자상담사 및 계약직 직원들이 연관된 것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시험 주관기관인 협회가 이런 사안을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로 자율규제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현재 증권사 조사를 할 경우 금감원 직원 1명과 협회 직원 3명이 합동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정착됐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왜 협회가 증권사를 조사하느냐’ ‘협회가 군림하려는 것이냐’는 반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협회에서 설득작업을 꾸준히 했고 업계에서도 이해를 해주면서 빠른 속도로 정착되는 모습입니다. 회원사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무리가 없으면서도 공정하고 정확한 규제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율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로 점차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업협회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인지요.
▶증권업협회의 역할을 증권사들의 의견을 조율해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표기관으로 만들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증권업협회는 1997년 이전까지는 임의단체였다가 97년 투자자보호 등을 위해 증권거래법에 의한 법적단체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2000년까지는 친목단체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제가 취임한 후 먼저 한 일은 이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했습니다. 기존 공익이사 3명과 회원이사 12명으로 이뤄져 있던 것으로 공익이사 5명, 회원이사 5명으로 바꿨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일은 자율규제 부서를 설치해 협회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깨끗한 업계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선결과제라고 봅니다. 직원을 늘릴 때는 쉬운 반면 줄일 때는 반발도 심하고 아픔도 큰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자 한 대기업의 경우 전환시 연간 50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기 때문에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증권업계도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고용인원이 3만8000명에서 지난해 3만2000명으로 줄었습니다. 증권업계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환은 잘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수반되는 등 어려움은 있습니다.
-증권업계에 30년 정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재테크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최고의 재테크는 근검절약, 즉 저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회를 보면 너무 소비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젊은 사람들의 경우 버는 돈의 절반은 모은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이제는 50대만 넘어도 돈을 쓰기 힘든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다음 재테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재테크의 경우는 여러 상품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직접투자를 하는 것보다 간접투자상품을 통한 투자를 권합니다. 물론 투자를 위주로 하지 말고 저축과 투자를 함께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 오호수 증권업협회장은 누구
오호수 한국증권업협회 회장(60)은 증권 유관 기관장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기업 출신이다. 제일은행에 입사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후 대우증권(당시 동양증권), 대우선물, LG투자증권 등을 거쳐 지난 2001년 증권업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30년 가까이 업계에서 쌓은 그의 이력에는 `편안한 미소', '영업의 귀재', '마당발'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오 회장은 친구를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주변 인맥이 넓다. 이때문에 마당발이란 별명을 얻었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법과대학 동문들이 명예 동문회원으로 부를 정도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도 지기지우이다.
오 회장은 특유의 대인관계로 증권맨으로 일선에서 뛸 당시 탁월한 실적을 기록했다. 1977년 대우증권에 입사, 증권업계 법인영업의 1인자로 꼽히기도 했다. 영업의 1인자가 되기 위해서 넓은 인맥도 기여했지만 무엇보다 끈질김과 피나는 노력이 수반됐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한 기업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그 집 대문앞으로 출근해 주간사 업무를 성사시킨 일화는 지금도 업계에 전해지고 있다. 오 회장은 대우증권 부사장, 대우선물 사장을 거쳐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5월 LG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LG투자증권 사장으로 옮긴 후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사를 클린화시켰고 취임 1년만에 업계 1위로 올려 놓았다.
지난 2001년 증권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한달정도 남겨둔 오 회장은 기존 친목단체의 성격이 짙었던 협회를 명실상부한 업계의 대변기관으로 바꾸는데 힘을 기울였다.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증권시장이 활성화되고 선진화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증권업협회를 업계 발전의 밑거름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력했다. 증권회사들이 원하지만 하지 못하는 일을 협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이때문에 연기금 투자 금지 관련 법조항 폐지, 증권회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앞장서 건의했다. 또한 협회를 증권사간 자율규제기관으로 정착시키는 틀을 세우는데 노력했다.
오 회장은 다른 사람에겐 부드럽지만 자신에겐 엄격한 사람이라고 협회 관계자들은 전한다. 좌우명 '솔선수범'이 말해주듯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뛰어나가는 스타일. 협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매일 어학공부를 하는 등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성격이다. 업무처리에 있어서는 신중하면서도 빠른 의사결정 및 추진력 등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