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맹장(猛將)과 오합지졸의 결투

[내일의 전략]맹장(猛將)과 오합지졸의 결투

홍찬선 기자
2004.02.06 18:35

[내일의 전략]맹장(猛將)과 오합지졸의 결투

외국인 매도로 잠시 흔들렸던 증시가 외국인의 재매수에 힘입어 다시 안정을 찾고 있다. 외국인이 2000억원 이상 순매수해 종합주가지수는 3일 만에 85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의 질(質)이 그다지 좋지 않아 추가상승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원/달러환율 동향과 미국 증시 및 금리 동향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매매를 단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시장 주도권을 외국인에게 빼앗긴 기관과 개인은 외국인의 뒷북만 치고 있을 뿐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처럼 외국인이 사고 팔 때마다 배달민족의 지갑은 얇아지고 외국인들의 계좌는 새록새록 살찌어 간다.

외국인 순매수의 질(質)이 좋지 않다

외국인이 4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추가하락에 대한 불안에 떨던 심리를 한순간에 돌려놓았다. ‘버난키 효과’(번 버난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가 미국 경제가 예상외로 건강해 금리를 빨리 올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로 미국 주가와 달러가 강세를 보여 외국인이 ‘사자’에 나섰다. 엔/달러환율과 원/달러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서(엔 및 원화 가치 하락) 환차익이 예상되고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이날 사고 판 종목을 살펴보면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지 의문을 갖게 한다.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은하이닉스반도체INI스틸SK(주)한진해운같은 ‘주변 종목’이다. 반면 순매도한 종목은현대자동차삼성전기LG전자하이트맥주SK텔레콤등 업종대표주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삼성전자도 소량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외국인들이 지난 1월처럼 아무런 의심없이 한국의 업종대표주를 공격적으로 산 것과 다른 모습이다. 많이 오른 종목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면서 아직 덜 오른 종목을 사서 주가가 오르면 내다파는 수익률 게임에 들어간 양상으로 보인다.

새로운 뉴스가 없다-바뀐 것도 없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마쓰메 도시아키 일본지사장은 이날 한국과 대만을 MSCI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보도가 전해진 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늘어나고 지수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이 MSCI선진국지수에 들어가면 대형주들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뉴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2002년부터 몇 차례 시장에 전해진 낡은 ‘재료’다. 그런데도 호재에 굶주려 있던 증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뉴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한국이 MSCI선진국지수에 들어가는 것은 일러야 내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어서 당장 증시에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

씨티그룹증권 함춘승 사장은 “한국의 내수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다”며 “새로운 좋은 뉴스가 없어 시장은 당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도 “MSCI 효과는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며 증시가 상승 또는 하락, 어느 방향으로 잡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종합주가지수(850.23)가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0일이동평균(848.61)을 넘어서 투자심리는 상당히 안정됐다. 6일밤 뉴욕증시가 상승한다면 9일(월) 한국 증시도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빼앗긴 들판의 맹장(猛將)과 오합지졸(烏合之卒)들

장군(將軍)과 깡패의 행동대원이 일대일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개인적인 차이가 있어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는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장군이 군인 10명을 이끌고 조직폭력단 50명과 싸운다면 결과는 보다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군인이 50명이고 조직폭력단이 500명이라면 결과는 더욱 뻔할 것이다.

잘 훈련된 조직은 개인 한사람 한사람을 합한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한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훌륭하게 조직화된 군대다. 그들은 화력(火力)도 충분하고(주식을 살 돈이 많고), 첨단무기도 갖추고 있다(주가지수선물, 옵션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일사분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도 있는 셈이다(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신용평가회사가 있다는 측면에서).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지휘관이 없는 패잔병들이 잔뜩 모여있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이다.

그들은 무기도 없고 실탄도 충분하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척후병만 보고 이리 저리로 몰려다니다 매복에 걸려 몰살당하고 만다.

살길은 한가지다. 외국인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개미(소액 개인투자자)의 95%가 돈을 잃는 가운데서도 5%는 큰 돈을 번다. 그렇게 돈 버는 사람은 바로 외국인들을 거꾸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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