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자산주가 다음 틈새시장
“도대체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는 거야?”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는 종목을 보면 추격매수보다는 위험관리를 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은데 주가는 계속 오르니 (주식을 왜 안 사는지) 고객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외국인이 사는 것을 보니 사야 할 것 같은데, 국내 사정을 보면 선뜻 (매수) 주문을 낼 수도 없고…”
외국인과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을 위한 잔치가 계속되면서 펀드매니저와 개미(개인 소액투자자)들의 고민과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일 올라 1년9개월만에 870선을 올라섰지만 대부분의 개미(개인 소액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썰렁하다.
외국인 매매비중이 매수(24.4%), 매도(14.6%)로 사상 최고치에 이르며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개미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그들만의 천국’을 쓰린 가슴을 움켜쥐고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54포인트(1.10%) 오른 876.34에 마감됐다. 이는 2002년 5월17일 875.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코스닥종합지수도 1.14포인트(0.26%) 상승한 440.10에 거래를 마쳤다.
870선 돌파의 힘…외국인이 사는 이유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4일 동안에만 1조원을 넘게 순매수함으로써 종합주가지수를 830대에서 870대로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또 이날 주가지수선물을 7070계약이나 순매수했다. 현-선물을 동시에 공격적으로 사들임으로써 조정에 대응하고 있는 한국 기관과 개인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최근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는 외국인은 원-달러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헤지펀드)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G7회의 이후 위앤화 및 원화 절상 속도가 빠를 것으로 내다본 헤지펀드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사고 있다”며 “어제와 오늘 외국인들이한국전력과KT등을 사들인 것은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사장은 “외국인이 이날 지수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을 보면 내일(12일)에도 현물을 많이 살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한계…선뜻 추격매수하기 어려운 이유
하지만 외국인이 산다고 해서 선뜻 따라 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샀다가 주가가 오르면 내다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삼성전자.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0만5000주 가량 샀지만 14만6410주 정도 팔아 4만1410주 정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오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를 8000여주 순매수였지만 장 마감 무렵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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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우선주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지난 1월28일 고점(35만9000원)을 찍은 뒤 삼성전자 우선주를 계속 순매도하고 있다. 이날도 매수 없이 5만3940주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사장은 “미국의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이 IT(정보기술) 주식의 비중을 줄이라는 리포트를 내고 있다”며 “인텔 주가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사기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실장도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이 100개를 넘고, 한국전력 등 경기방어적 주식을 사는 것은 상승국면의 막바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흥투신운용 김성기 주식운용1팀장은 "외국인 매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나 지금 주식을 사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자산주-은행주 등 틈새시장 개발
외국인이 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이에 수산주, M&A관련주, 자산주 등이 나름대로의 논리를 제시하면서 틈새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제일 먼저 시작된 수산주(오양수산동원산업사조산업등)은 주가급등을 틈타 대주주들이 보유지분을 대량으로 내다팔았고, 주가도 이미 많이 올라 급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렵고 하락 가능성만 높은 전형적인 시세분출 막바지 단계로 보인다.
남한제지와서울식품공업 등 M&A 관련주도 한계에 이를 전망이다. 증권거래소는 이날 오후 서울식품공업의 자기자본 잠식규모가 50%를 넘어 관리종목에 들어갈 수 있다며 거래를 정지시켰다.
새롭게 틈새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 자산주와 은행주.대한방직은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성창기업과만호제강은 5일째 상승중이고태평양산업은 뒤늦게 상승대열에 합류했다.방림은 상한가 뒤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나은행신한지주등 일부 은행주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신고가를 나타내고 있다.SK(주)CJ삼성물산등도 M&A나 투자자산 지분평가 이익 등을 재료로 큰 시세를 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