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지수·종목 괴리..시장 質 악화
한때 ‘한국 증시와 한국의 40대 남자의 공통점 3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우스개 질문이 있었다. 정답은 △전강후약(前强後弱)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별 재미는 없다 △백약이 무효이다.
주가가 오르려다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되풀이하고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는 커녕 잃는데다 증시부양책을 내놓아도(지금은 부양책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지만) 약발이 듣지 않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하지만 요즘 증시는 이와 다르다.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돈을 잃는 것은 변하지 않는 ‘슬픈 현실’이지만, △전약후강(前弱後强) △오르는 놈만 계속 무섭게 상승하고 잊혀진 주식에는 도무지 햇볕이 들지 않고 △외국인이 만병통치약(?)이 됐다.
16일 주식시장은 이렇게 변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한때 876.56으로 떨어진 뒤 885.65까지 반등했다. 종가는 전주말보다 0.90포인트(0.10%) 떨어진 881.28. 코스닥종합지수는 3.22포인트(0.73%) 상승한 446.1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현물 매수 VS 선물 매도...은행주 뜨고 지수관련 대형주 지고
이날 증시는 외국인에 의해 온종일 출렁거렸다. 외국인은 개장초부터 현물에서 매수에 나서 거래소에서 2619억원, 코스닥에서 411억원 등 모두 3030억원 순매수했다. 이 정도 순매수 규모라면 종합주가지수를 10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현물 매수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발목이 잡혔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지수선물을 한때 6000계약 이상 순매도했다. 결국 3748계약 순매도에 그쳐 매도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프로그램 매도(차익 1322억원, 비차익 1490억원)를 2813억원어치나 유발했다.
외국인의 순매수로부산은행LG대구은행기업은행신성이엔지INI스틸삼성전자등은 주가가 많이 올랐다. 반면 프로그램 매물을 받은 SK텔레콤 국민은행 POSCO 한국전력 등은 하락했다. 또 외국인이 순매도한SK(주)LG전자삼성전자우CJ등도 하락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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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대량 매수에도 지수가 떨어진 이유
‘외국인 순매수=지수 상승’은 한국 증시에서 상식이 됐다. 하지만 이날은 외국인의 대량 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떨어졌다. 비록 소폭이긴 하지만 외국인의 강한 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오르지 못해 앞으로 주가 흐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의 대량 매수에도 종합지수가 오르지 못한 이유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외국인 매매 동향에 일관성이 없어 순매수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다. 현물에서 2619억원어치 산 반면 선물에서 3748계약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또 코스피200지수옵션 시장에서 콜옵션을 4만2770계약 순매수하고 풋옵션도 3만8847계약 순매수했다.
현물과 콜옵션매수는 주가상승을 예상할 때, 선물매도와 풋옵션매수는 주가하락을 예상할 때 펼치는 전략이다. 이날 외국인 매매 동향은 외국인도 향후 ‘주가 방향성’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둘째 ‘외국인이 틀렸다’는 국내 기관과 개인들의 ‘오만’이다.기관과 개인은 종합주가지수가 600~700을 넘어섰을 때부터 줄기차게 주식을 팔았다. 그것도 밸류가 뒷받침돼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식을 팔았다. 개인들은 이 돈으로 이른바 ‘재료 보유주식’을 샀다.
현재의 결과는 ‘외국인 완승, 기관-개인의 KO패’다. 쌀 때 주식을 판 기관과 개인들은 비싼 가격에 되사기 배아프니까 ‘외국인은 한국 현실을 모른다’며 주식을 팔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겠다는 의도지만 ‘기다리는 시세는 잘 오지 않는다’는 게 증시의 격언이다.
셋째 외국인이 틀렸을 가능성이다.최근 외국인의 현물 매수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단기투기성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지만 매도물량도 적지 않다(순매수=매수-매도). 전에 들어온 외국인은 차익실현에 나서는 반면 단기투기세력이 주식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롤러코스터는 완전히 숙달된 이후에...섣불리 타려다 인생 망가진다
무엇이 옳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일은 무엇일까. 3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용감한 사람(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더 올라간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은 주식을 살 것이고, 긴가민가하는 좌고우면(左顧右眄)형은 현상태를 유지할 것이며(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유,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매수 보류), 회의론자들(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주식을 팔 것이다.
주가는 균형상태를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오르든가 떨어지든가 한다. 주식시장의 봉우리는 산의 봉우리와 달리 항상 변한다. 매수 세력이 세면 높은 곳에 만들어지는 반면 매도세가 세면 올라가다 중도에 봉우리를 만들고 흘러내린다.
우리증권 김병웅 선물-옵션팀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지수 하락을 막고 있으나 SK텔레콤 한국전력 POSCO 등은 하락추세로 돌아섰다"며 "종합주가지수가 870선에서 지지받고 다시 오르면 920~93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으나 지지받지 못하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방향성을 놓고 매수세와 매도세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때 공방전에서 한발 떨어진 ‘소외주’들의 주가가 급등락한다. 장중에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하한가 근처에서 상한가로 쳐올라가기도 한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트 주가’다.사조산업동신제약오양수산한성기업동원산업서울식품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880대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종합주가지수도 조만간 어느 쪽으로든 방향을 잡을 것이다. 어느 쪽일지 지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은 발 빼고 싸움을 즐겁게 구경하는 게 좋다. 틈새시장을 노린다고 롤러코스터를 타다간 증시가 방향을 잡고 나아갈 때 동참하지 못하고 퇴출될 위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