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조강지처 & 바람피우기

[내일의전략] 조강지처 & 바람피우기

홍찬선 기자
2004.02.17 17:56

[내일의전략] 조강지처 & 바람피우기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조정받을 때가 됐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종합주가지수는 줄기차게 올라 9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잔치판은 잔치판인에 썰렁하기 그지 없다. 도무지 흥을 찾아볼 수 없다. 잔치를 벌이라고 진수성찬을 차려놓았는데, 객들만 몰려 들어 배불리고 있는 탓이다. 주인은 객들에 안방을 빼앗기고 저 멀리 발치에서 시커멓게 썩어 문들어진 가슴을 쓸며 객들의 맛난 식사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52포인트(0.40%) 오른 884.80에 마감됐다. 전날 0.9포인트 떨어진 것을 하루만에 회복해 조정에 대한 우려를 씻는 모습이었다.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2445억원, 코스닥에서 224억원, 코스피200선물을 4584계약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들의 잔치...개미들에겐 그림의 떡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은행주로 집중되면서우리금융지주대구은행기업은행한미은행부산은행외환은행등이 큰폭으로 올랐다.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현대자동차LG전자LG화학데이콤한국타이어등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상승했다.삼성화재한일시멘트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 매물이 나온SK(주)S-Oil하나은행삼성전자우선주와CJ등은 하락했다.

외국인은 막대한 자금력과 앞선 정보력을 바탕으로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을 장악함으로써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40%를 넘는 종목은 국민은행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68개 종목이나 된다. 경영층이 한국 사람이고 본사가 한국에 있으며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지만 사실상 외국기업인 셈이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230조원이며 이중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133조원이나 된다.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을 외국인이 싹 쓸어가고 있어 ‘주식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외국인의 매수비중은 22.3%, 매도 비중은 13.0%로 국내 기관(매수 11.7%, 18.7%)에 버금간다. 기관은 조막손이 된 반면 외국인은 삼손이 되어 증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개미들은 하루에도 주가가 몇 번씩이나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트 주식’으로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형성했던대한방직방림만호제강등 자산주는 이날 하락했다. 조류독감의 심리적 혜택을 입고 있는 수산주들은 이날 상승했지만 오름세가 하루를 버티지 못하는 양상이다.

천천히 오래 오르는 종목이 무섭게 상승한다

삼성전자삼성SDI주가 그래프를 보면 꿈틀대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게 한걸음 한걸음씩 황소걸음을 떼고 있는데 10여일 지나고 보면 한참 올라 있다.

반면 이른바 ‘재료주’들의 주가 움직임은 어지럽다. 며칠씩 상한가 행진을 벌이다 이내 하한가로 곤두박질친다. 빈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지금 성급하게 오르지 못하면 상승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에 서둘러 오르지만 하락도 빠르다. 흐름을 거꾸로 타면 ‘쪽박’ 차기 십상이다. 일찍 승진한 사람이 일찍 회사를 떠난다는 조진조퇴(早進早退) 법칙이 주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랫동안 천천히 오르는 주식은 ‘조강지처(糟糠之妻)’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재료를 바탕으로 빠르게 오르내리는 주식을 사는 것은 ‘잠시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람을 피우는 데는 여러 가지 위험과 비용이 따른다. 애인과 함께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들고, 몰래 카메라에 찍혀 망신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위험은 바람에 싫증을 느낀 애인에게 채이고 조강지처에게 되돌아 왔을 때 조강지처에게도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들은 종합주가지수가 510선에서 880대까지 상승할 때 줄기차게 조강지처 주식을 팔고 롤러코스트 주식의 유혹에 빠져 바람을 피웠다. 결과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조강지처 주식들은 종합주가지수보다도 훨씬 많이 올랐지만 개미들이 산 주식들은 오히려 하락했다.

외국인 매물로 하락했던 현대자동차 LG전자 LG화학 등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조강지처 주식들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곧 원래 가격을 회복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리더라도 좋은 주식에 물려야 회복가능성이 있다. 롤러코스트 주식에 물리면 주식인생은 끝장이다. 조강지처와 잘 사귀는 것이 주식투자에도 성공하고 가정의 화목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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