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가격이 아닌 시간의 문제
통화를 하는 펀드매니저들마다 목소리에 별다른 자신감이 없다. 부담스러운 장이라는게 공통된 의견. 주가가 빠지고 있어서는 물론 아니다. 890까지 올랐다가 870 정도, 혹은 더 밑, 840~850까지 빠진다 한들 뭐 그리 큰 대수랴.
문제는 시장에 구심점이 될만한 매수 세력도 없고 업종도 없다는 점. 정재학 삼성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의 순매수 탄력은 둔화되는데 국내 수급은 여전히 좋지 않고 전기전자(IT)주는 투자하기엔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고 내수주는 싼 종목이 있지만 내수 회복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데다 회복폭도 미미할 것으로 보여 선뜻 손이 안 간다"고 말했다.
국내 수급과 관련해 정 펀드매니저는 "랩 어카운트 쪽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투신권에서는 전혀 자금 유입 기미가 없고 연기금 등의 기관도 지수대가 부담스러워서 돈을 집어넣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석 동원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도 "그간 많이 상승해서 차익 실현 부담이 크고 국내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며 "해외 증시와 외국인 매매 동향이 시장의 주요 변수일 수밖에 없는데 해외 상황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지난주 3일 연속 하락한데다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도 증시에 호재는 아니기 때문에 조정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그러나 조정이 가격 조정까지 가지는 않고 기간 조정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점과 중장기적으로는 증시가 좋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전무는 "890까지 갔다가 820~830까지 떨어진다 해도 10% 미만으로 빠지는 것인데 가격 조정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그 정도 수준으로 3월초까지 기간 조정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지난주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됐기 때문에 이번주에 외국인들이 아시아 주식을 대대적으로 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증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경제지표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낙관론을 강조했다.
지수가 당장 안 올라가면 불안해하고 외국인이 조금만 팔면 대대적인 '팔자'를 예고하는 조짐은 아닌가 노심초사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지수에 민감한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 김 전무는 "지금은 단순히 기술적 조정일 뿐으로 추가 상승을 위한 바닥 다지기 과정으로 받아들이는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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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투신운용의 이 팀장도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보여 중장기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조정 때 성급하게 매수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하는 관점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시장의 핵심은 집중할만한 종목군이 없다는 점과 이 때문에 모든 매매 주체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관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IT는 가격 부담 때문에, 저가주는 수익력이 약하기 때문에, 실적 호전 중소형주는 시장에서의 소외 현상이 지속돼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구심점 없이 무기력하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 시장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2일째 약세지만 870이 의외로 견조하게 버텨주고 외국인 순매도가 급증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좀 여유있게 시장을 조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떨어질 때마다 '이제 본격적 약세의 시작?'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오래지 않아 외국인의 돈은 지수를 더 높이 끌어올렸다. 물론 이번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똑같을 수도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지수 수준은 과거와 달리 많이 부담스럽지만 펀더멘털은 똑같을 수 있는 쪽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 주가 수준에 미래 실적 호전 정도가 얼마나 반영돼 있는가에 대한 판단인데 3월 이후 미국에서 2분기 실적 전망이 본격화돼서야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뚜렷해질 것이다. 때문에 3월초까지는 지지부진한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 보는 것이 마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