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계륵場엔 복지안동(伏地眼動)
“모르겠다” “종잡을 수 없다” “답답하다” “뭐라고 얘기하기가 겁난다” …
지난해 한국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우왕좌왕(右往左往)’였던 것처럼 요즘 한국 증시 상황을 제일 실감나게 나타내는 말이 바로 우왕좌왕이다.
주가가 오를 듯 하면 떨어지고, 하락할 듯 하면 상승하니 날고 긴다고 하는 증시전문가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어렵사리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릴 위험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스치는 봄바람에도 감기-몸살에 독감까지 걸리는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더 허둥지둥이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여러 가지 변수들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다 전주말보다 0.03포인트 오른 877.52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도 0.58포인트 상승한 443.89에 거래를 마쳤다.
자신감을 잃은 증시...재료에 따라 내리락 오르락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말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증시가 모두 떨어진 영향으로 하락세로 출발한 뒤 한때 867.99까지 밀려 9일(거래일 기준)만에 870선 아래로 밀려났다. 외국인이 958억원어치나 순매도한 탓으로 삼성전자 삼성SDI 외환은행 등이 하락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이 코스피200선물을 1711계약(984억원) 순매수해 선물3월가격이 0.60포인트 오른 115.50에 마감됐다. 선물가격이 이론가격보다 0.45포인트 높은 콘탱고 현상이 하룻만에 나타나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1773억원(이중 1439억원이 차익매수)어치 나와 지수를 소폭 상승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외국인은 코스피200옵션 시장에서 콜옵션을 2만1472계약 순매도하고 풋옵션을 7만7664계약 순매도했다. 콜옵션을 팔고 풋옵션을 사는 것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때 나타난다. 외국인은 현물 매도, 선물 매수, 옵션 매도로 방향성이 엇갈렸으나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추가상승 vs 기간조정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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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8일 장중에 890선까지 올랐다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향후 장세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중시하는 사람은 추가상승을 예상한다.
반면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외국인 매수세 약화, 국내 기관과 개인의 추격매수 불발을 강조하는 사람은 기간조정(증시전문가는 하락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조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기간조정이란 1~2개월 동안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현재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는 것을 가리킨다)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최권욱 코스코투자자문 사장은 “△증시의 순환과정을 볼 때 현재 지수는 6부 능선에 있는 것으로 보여 8~9부 능선까지는 오를 여지가 있고 △기업의 체질이 건강해져 수익의 변동성이 낮아졌으며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지만 올해 매출액과 추정 이익으로 계산한 PER(주가수익비율) 등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주가는 좀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핵 문제, 한국기업의 경영투명성, 내수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점등을 감안하면 한국 주식을 할인(discount)할 요소도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수 리&킴투자자문 사장도 “한국 증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 편입돼 있어 글로벌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세계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증시도 추가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미국의 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 금리를 조기에 인상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달러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원/달러환율이 예상외로 큰폭으로 올라(원화가치 하락)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등 수출관련주가 숨을 돌리고 있으나 상황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도 “지수가 20일이동평균선(864.69)에서 지지를 받는 모양을 보였으나 한차례 밑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륵(鷄肋) 장세에선 복지안동(伏地眼動)이 생존전략
종합주가지수는 하루 떨어지고 하루 오르는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장중 저점을 계속 낮아지고 있다. 2월17일 880.87, 18일 877.10, 19일 874.75, 20일 872.42, 23일 867.99…. 외국인도 더 이상 주가상승을 이끌어줄 것으로 믿을 수 없다. 주가에 부담을 느끼고 많이 오른 종목보다는 덜 오른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선물-옵션으로 하락에 대비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식투자는 확률과 신념의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적어도 1~2개월 동안은 주가가 많이 올라 이익을 볼 가능성보다는 기간조정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신념을 갖고 앞으로 1~2년 동안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믿는 ‘확신범’들이야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올라도 조금밖에 먹지 못하고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계륵(鷄肋) 장세에서 위쪽만 보고 매수에 나섰다가는 아래쪽에 진흙탕이 있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럴 때는 바짝 엎드려 상황을 파악하면서 시장이 확실히 오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사인이 올 때까지 눈동자를 돌리는 게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