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센 놈 vs 약한 놈'...선택은?
낙관론자들의 신중론자들에 대한 한판승이 벌어졌다. 주가가 기습적으로 급등해 종합주가지수가 880선을 가뿐하게 회복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라는 의외의 일격에 순간 당황했지만, 떨어지는 것보다 오르는 게 어쨌든 객장의 분위기를 돋운다.
27일 자정, 서울과 중부지방에서는 함박눈이 내렸다. 봄을 시새우고 싶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듯, 만물이 잠든 틈을 타서 소리없이 내렸다.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서설(瑞雪)이었지만 무식하고 완고한 인간들은 그 뜻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15시간 뒤에 주가 급등이라는 화신(花信)이 봄이 안방 바로 앞까지 왔음을 알려주었다.
주가 예단하지 마라..허를 찔렸다
2월을 마무리하는 27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8.56포인트(2.15%) 오른 883.42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도 4.11포인트(0.97%) 상승한 428.68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오른 종목이 거래소 483개, 코스닥 418개로 하락종목(거래소 284개, 코스닥 375개)보다 많았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야 상대적 박탈감이 적지 않았겠지만, 모처럼 거래소와 코스닥이 함께 올라 썰렁했던 객장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해 주었다. 꽃샘추위로 쌀쌀해진 날씨처럼 주가는 그다지 강하지 않게 출발했다. 개장 초 한때 861.86까지 떨어져 860선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어제 장중저점(861.77) 직전에서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가 급등은 외국인은 공격적인 선물 매수에 따른 것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선물을 1만1519계약(6616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작년 10월9일(1만4521계약)이후 가장 많은 것. 이에따라 코스피200선물 3월물 가격이 2.90포인트(2.55) 오른 116.60에 마감됐다. 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3075억원어치에 이르러(매도는 1214억원) 지수영향력이 큰 대형우량주 주가상승을 이끌어냈다.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을 대량으로 산 까닭은?
이날 주가 급등을 가져온 외국인의 선물 대량 매수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이 거래소 현물에서 175억원 순매도한 것을 감안해 볼 때 현물과 선물을 연계한 매매보다는 선물에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리증권 김병웅 선물-옵션팀장은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2월 월봉 차트를 양봉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다음주 월요일이 휴장(3?1절)이어서 장기 보유에 따른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해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을 때 모양을 확실히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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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도 “27일밤 미국에서 작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는데 숫자가 나쁘지 않아 나스닥지수가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배팅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센 놈이 더 세다..적게 빠지고 많이 오르는 종목에 집중
외국인의 선물 매수 이유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순응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센 놈이 더 센 경향이 강하다. 이날삼성전자는 3.61%,SK텔레콤은 4.39% , 현대자동차는 3.31% 올랐다. 시장이 조정을 마무리하고 상승세로 돌아서자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세게 오른 것이다. 또 그동안 조정을 보였던신세계제일기획엔씨소프트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등 내수주와 수출주들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이 차익매물을 내놓은하나은행은 하락했다.한진해운현대모비스대우종합기계삼성SDI도 외국인 매물이 나왔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한국의 중산층들은 부동산과 사교육비 부담으로 저축이 고갈되어 주식을 살 여유가 없다”며 “증시 주도권이 외국인에 있는 만큼 외국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인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 우량주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주식투자 게임..안달보다 느긋함으로
3일간 연휴가 끝난 다음주 증시의 초점은 종합주가지수 직전고점(890.51, 장중기준)을 뚫고 상승할 수 있느냐이다. 직전고점을 뚫으면 전고점(943.54, 2002년 4월24일 장중기준)을 향해 추가상승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직전고점을 뚫지 못하고 밀리면 ‘쌍봉’ 형태가 되어 한차례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
요즘 주식투자는 토끼보다 거북이처럼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기업의 체력이 개선돼 외국인이 대량의 매물을 내놓지 않는 한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한화증권 이진규 라마다르네상스지점 부지점장)이다.
“주가가 상한가를 치면서 급하게 오르는 종목은 빨리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시세가 일찍 꺾이는 반면 조금씩 오래 오르는 종목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서울 테헤란로 고수 N씨)는 설명이다.
이런 종목들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삼성SDI 현대자동차POSCO신세계LG전자등 업종대표주와삼영선창산업통일중공업안철수연구소넥센타이어쌍용자동차등 턴어라운드주식 등이 꼽히고 있다. 또 최근 원자재 파동과 관련해고려아연삼환기업동원대우인터내셔널등 자원관련주들도 중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추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