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007작전 방불..소버린식 미팅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사장의 신출귀몰한 행보가 007작전을 방불케했다. 그가 '제임스 피터'가 아니라 '제임스 본드'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오는 12일SK㈜ 주총에서 경영권 표대결을 앞두고 있는 제임스 피터 사장은 3일 SK㈜ 노동조합, 소액주주와 스파이 작전을 연상시키는 접선식 미팅을 가졌다.
지난 2일 소버린측은 언론에 `3일 오후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소액주주 면담을 가진다고 알린 뒤 일부 소액주주에게만 약속 장소를 바꾸겠다고 극비리에 연락했다. 당일 오전 장소를 알려주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오후 5시까지 모이라는 주문이었다.
소버린은 이날 SK㈜ 노조와의 면담 장소도 당초 하얏트호텔로 잡은 뒤 약속시간 직전 기습적으로 장소를 바꿔 오전 9시부터 반포 메리어트호텔에서 면담을 가졌다. 피터 사장은 오전 11시 노조와의 면담을 마친 뒤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로 이동했다. 조선호텔에서 소액주주 이모씨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행사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의 몇가지 질문에만 답한 뒤 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
SK㈜에 투명경영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소버린의 행보는 시종 연막에 가려져 있다. 소버린측이 SK㈜ 노조나 소액주주들과 굳이 작전하듯이 극비리에 얘기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의아하다.
뿐만아니라 소버린의 지배구조 등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소버린의 오너로 알려진 챈들러 형제는 형식상 고문으로 있다. 그들이 소버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버린의 자금이 챈들러 형제 만의 돈인지, 아니면 누구의 것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시가총액 50조원의 국내 3위 그룹의 경영진을 몰아내겠다고 나선 외국 회사의 이같은 불투명한 행보에 대해 우려감을 갖는 게 과연 국수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