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금융주권에 대한 변명

[광화문]금융주권에 대한 변명

강호병 부장
2004.03.10 20:31

[광화문]금융주권에 대한 변명

머니투데이가 지난해부터`외국자본 대항마를 키우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그 시각으로 론스타와 외환은행, SK(주)와 소버린자산운용 등 여러가지 이슈를 다루면서 오피니언 리더분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글로벌시대에 무슨 된장냄새나는 소리냐", "국수주의 같다"는 질책도 있었고, 관치에 악용(?)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신 분도 계셨다. 외국자본이 관치에 저항하는 세력이기도 한데 거기에 토종의 이름으로 인위적으로 대항마를 만들면 결국 정부의 입김이 서릴 자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시는 어느 유명 애널리스트는 LG카드처럼 심각한 부실로 골병든 회사는 위험이 너무 커 처음부터 전략투자자가 선뜻 인수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인데 괜히`대항마'라는 여론이 생겨 은행에 큰 짐을 지우는 결과가 됐다고 걱정했다.

어떤 금융전문가분은 외국인이 한국의 금융을 독식하고 금융주권이 상실당한 현실을 냉정히 인정할 것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금융주권을 굳이 언급한다면 400조원이 넘는다는 부동자금을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먼저라는 것이다.

너무도 아픈 얘기이고 틀린말씀들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외국자본의 지배를 과거 19~ 20세기의 약탈적 제국주의론을 들이대서 판가름할 성질의 것은 분명 아니다. 현대의 자본자유화는 서로가 거래의 벽을 허물면 모두가 잘살수 있다는 자유무역논리의 연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는 월가의 사람들이 무균질 인간들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국기업과 경제를 알고 투자하고 위험을 무릅쓴데 따른 정당한 몫을 받아가고자 하는 동기가 주류를 이룬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한국지배를 선의로 보더라도 그 부산물로서 우리가 감수해야하는 비극이 있다. 바로 부익부 빈익빈이다. 주식시장만 해도 삼성전자처럼 세계시장을 호령할 정도의 실력이 검증된 덩치 큰 기업만 선호하고 있다. 은행부문에서도 외국계 은행이 기업에 돈빌려주는 것을 더 외면하고 소매금융에 더 열을 올린다. 주주중시경영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외국인의 압력에 기업은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보다 주주몫 챙겨주기 바쁘다.

즉 자원이 부유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잘되는 기업만 잘되고 또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만 수억대연봉 받고,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은 하루 풀칠하기도 바쁜 처지로 밀려나는 악순환이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금융주권이란 자금을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능력은 꼭 억지로라도 돈을 갹출해서 민영화리스트에 올라있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마구 인수해 놓아야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소유가 외국인의 손에 있으면 지배구조라도 한국인의 손에 맡겨서 빈부격차를 줄이고 성장을 촉진하는 쪽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는 절충적인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우리는 투자해야할 때가 많다. 그것은 외국인이 원하는 방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서는 당장 위험이 따르더라도 기업이 투자를 할수 있게끔 자금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주중시경영도 곧 배당우선 경영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외자를 끌어들이기에 바빴을 뿐 외자와의 최적의 공존지점을 찾고 그것을 이루는 전제조건을 찾으려는 정책적, 학술적노력은 없었다. 경제정책도 그 지점을 찾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늦게나마 사회와 정책, 기관 소유-지배구조 모든 면에서 외국자본과의 최적의 공존지점을 모색코자하는 것이 대항마 기저에 깔린 취지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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