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무너지는 '허리'

[시평] 무너지는 '허리'

윤창현 명지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2004.03.31 19:47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 무너지는 '허리'

얼마전 한은이 발표한 2003년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2003년 성장률은 3.1%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중 민간소비는 전년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내수부진으로 인해 최종수요에 대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전년의 57.3%에서 1.8%로 크게 낮아진 반면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전년의 42.7%에서 98.2%로 대폭 상승하였다. 한마디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제로라는 얘기이다. 물론 총저축률은 32.6%로서 전년의 31.3% 대비 1.3%p 상승하였다. 민간저축률은 전년대비 1%p 가량 상승하였다. 지갑이 닫힌 채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상 중위소득(총인구를 100명으로 볼 때 소득순위 50등의 소득)의 50%에서 150%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중산층의 비율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소득을 더 많이 올려서 상위계층으로 부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아래쪽으로 떨어지면서 빈곤계층화 하고 있다. KDI의 연구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50%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절대빈곤층의 비율이 1996년 12.7%에서 2000년말 17%로 늘어났다. 이 비율은 OECD국가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미국은 10.8%, 프랑스는 3.4% 정도이다.

문제는 그 증가속도이다. 불과 5년만에 1.5배가 된 것이고 지금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산층은 한 경제에 있어서 허리이고 버팀목이다. 이들이 각종 조직을 튼튼히 받쳐주고 건실하게 생활을 영위할 때 사회가 안정이 되고 경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내수가 확보가 된다. 문제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고용의 불안정이 중산층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에서의 지속적 근무여부가 불확실해지면 이에 따른 소득의 불안정을 감안하여 소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저축이 증가하고 소비가 감소하는 뒤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비슷한 모습이 주가에 마저 나타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말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75%였지만 2003년말에는 50.42%로 급증했다. 상위 50종목(전체 7.5%정도)의 시가총액비중은 80%이다. 마치 중산층이 붕괴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중간 가격대의 종목군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1990년초에는 2만원대 주식의 숫자가 전체의 47% 정도였는데 2003년말 현재 7% 정도에 불과하다. 3만원대 주식의 비중은 10%에서 5%로 감소하였다. 반면 1만원 미만 주식수는 2%에서 55%로 늘어났고 5만원 이상 되는 주식은 0.32%에서 9%로 증가하였다. 기업의 실적도 업종과 수익에 따라 지독한 양극화를 겪고 있음을 주가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간지대가 도처에서 사라지고 있다. 상체와 하체를 연결시킬 튼튼한 허리가 약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충돌의 조짐마저 보인다. 지난 3월 30일 ‘빈곤 해결을 위한 사회연대’가 출범식을 개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 장소가 정부청사도 아니고 청와대도 아닌 도곡동 타워팰리스 였다는 점이고, 행사의 내용도 빈곤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애도하는 추모제였다는 점이다. 비록 정부의 잘못된 경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집회를 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 있었지만 주최측이 집회장소와 추모제라는 행사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강하게 읽힌다. 오싹하기까지 하다. 이대로 두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갈등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은근히 증폭시키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허리 살리기 운동’이라도 전개해야할 판이다. 사회적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지금, 양극화해소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