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한국은행법 제1조

[시평] 한국은행법 제1조

전성인 홍익대 교수
2004.04.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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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한국은행법 제1조

물가가 오르고 있다. 빠르게 그리고 아주 확연하게 오르고 있다. 3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4.4% 상승하여 2월의 4.5%에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물가 역시 2월에 비해 1.0%가 추가로 상승해 전년 동월대비로는 3.1%의 상승을 보였다. 중기 물가안정목표가 3%±0.5%임을 감안할 때 이런 수치는 통화당국의 인내심을 턱밑까지 자극하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물론 필자의 이런 호들갑(?)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재정경제부가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해명자료에서 보듯이 작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더 높은 4.5%였음을 상기하며 감사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하여 앞으로는 특소세 인하효과 등이 작용하여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외칠 수도 있다. 이보다 조금 점잖은 사람들은 최근의 물가상승이 조류독감, 광우병, 원유가의 상승 등 각종 총공급 충격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 은근히 내비치는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과 관련한 암시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특소세 인하 효과 등에 의해 향후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재경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원자재 가격인상이나 유가 인상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동향에 보다 빨리 반응하는 생산자 물가지수를 보면 이미 공산품의 상승률이 4.2%에 달하고, 서비스 역시 3.1% 상승했다는 점이 그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번 물가상승이 총공급 측면의 충격이기 때문에 물가당국이 별로 할일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선 조류독감과 광우병은 총공급 충격이다. 유가는 어떠한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 역시 총공급 충격이다. 그러나 이 충격은 조류독감처럼 전혀 예기치 못했던 충격은 아니다. 왜냐 하면 현재의 가격상승은 상당 부분 세계경기의 회복,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며 물가당국은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인 작년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런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물가안정목표제하에서 통화당국은 총공급 충격에 의한 일차적 물가상승에는 책임이 없다. 통화당국은 다만 최초의 물가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기만 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일차적 물가상승이 발생하거나 예상되면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것이 전형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되는데 통화당국은 적어도 이를 억제해야 한다. 이것마저 포기한다면 물가안정목표제는 허구일 뿐이다.

예견된 총공급 충격이 별도의 주의를 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이 작년에 이미 예견되어 올해의 임금에 영향을 주는 한 그런 충격은 통화당국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올해의 물가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 되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백보를 양보하여 과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경제주체가 완연하게 물가상승을 예견하는 형국이 되었다. 따라서 통화정책의 시차를 생각할 경우 지금 긴축기조로 선회해야 한다.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의 수준을 점검한다. 언론에서는 벌써 콜금리 유지 전망이 넘쳐 흐르고 경제부총리는 물가전망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전에 김을 빼고 있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의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1조를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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