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런 영화 보셨나요"

[기자수첩]"이런 영화 보셨나요"

진상현 기자
2004.04.12 18:29

[기자수첩]"이런 영화 보셨나요"

"최근 금융권에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영화 한편이 개봉됐다. 제목은 '우리카드 400억 횡령사건'

4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제작됐지만 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탓에 탄탄한 구성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대 제작비를 투입했다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170억원의 2배가 넘는 초대형 블록버스트다.

'우리카드 400억 횡령사건'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평범한 금융기관 직원이던 주인공이 주식, 선물투자에 빠져들면서 회사돈을 횡령하게 되고 손실이 손실을 부르며 횡령금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여기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택시 운전기사까지 '선물투자'의 큰 손으로 변신, 영화적인 재미를 배가시킨다.

카지노와 술집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넘쳐나는 돈과 거액의 투자 손실로 인한 스트레스를 유흥가를 전전하며 푼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횡령금 400억원의 대부분을 날린 주인공들은 어느날 아침 "해외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지난 7일 밝혀진 우리카드 400억원 횡령사건을 보면서 든 생각은 정말 '영화같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돈 수백억원을 빼내 선물옵션 투자에 날리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직장 생활을 했을 용의자들을 떠올리면 유명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결정적으로 영화일 수 없는 것은 회사돈 400억원을 찾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400억원은 만만한 돈이 아니다. 400억원어치의 부실이 언제 어느 때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 정리해고의 칼날이 돼 돌아갈지도 모른다.

내가 다니는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누군가가 맘만 먹으면 빼내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너무도 영화 같아 겁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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