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하는 국회' 되길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잠시 망설였다. 후보자가 발표되면서부터 시작된 망설임이 결국 투표날까지 왔다. 사람을 보고 찍자니 정당이 걸리고, 정당을 보고 찍자니 사람이 걸렸다. 결국 정당 쪽에 무게를 싣고 한 표 던졌다. 어떤 인물이 되든 정당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서 였다. 일 잘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어느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인가.
얼마 전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할만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과 관련, 이런 일이 있었다. 초기 자본금 1300억원에 15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위성DMB 사업이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도 수개월 동안 스탠바이 상태여야 했다. 위성DMB 사업자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는 이 법안을 KBS 수신료 분리안과 연계해 당리당략을 저울질하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방송법 개정안 통과도 물거품 되나보다”라는 체념이 확산됐다.
이 문제는 16대 국회 마지막 날 가까스로 풀렸다. 폐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국회가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준 덕분이다. 그러나 국회의 지각처리로 인해 세계 최초의 위성 DMB 사업은 일본에게 선수를 빼앗길 처지가 됐다. 국회에서 우선순위는 경제와 민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곱씹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어도 사람보다는 정당을 보고 뽑게 되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이끌 경제 전문가, IT 전문가,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해 내 한표를 던지더라도 정당이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17대 국회도 국민들을 절망에 빠뜨릴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격언이 있듯이. `일하는 국회'를 바라며 유권자들이 고심끝에 던진 한표한표의 의미를 여야 와, 승자와 패자 모두 깊이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