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실리위주 안정된 정책펴야

[시평]실리위주 안정된 정책펴야

윤창현 명지대 교수
2004.04.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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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실리위주 안정된 정책펴야

2003년 한해 우리나라의 KOSPI200 주가지수옵션 거래량은 28억3000만 계약을 기록하였고 거래대금은 160조원에 달하여 거래량으로나 거래대금으로나 세계 최고를 기록하였다.

옵션상품 자체는 나름대로의 경제적 효과와 특성을 가지고 있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옵션거래는 비정상적이리 만큼 과열되어 있다. 그 이유는 역시 옵션이 가진 레버리지 효과일 것이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조금만 움직여도 옵션의 프리미엄은 큰 폭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방향을 잘 맞추면 엄청난 수익이 나지만 거꾸로 방향을 잘 못 잡으면 이는 단시간에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옵션투자에서 최초 투입한 자금을 다 날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40일 정도라고 하니 이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상품의 거래량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의 일년간 거래량이 18억 계약 정도였으니 1년만에 약 10억 계약이 증가한 셈이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투자자의 성향은 역시 화끈함 그 자체이다. 장기간 오래 기다리는 투자보다는 단기간에 확실하게 승부가 나는 투자를 선호한다.

오래 기다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또한 단기간 승부가 나지 않으면 금방 싫증을 내면서 종목을 바꾸어 버린다. 주식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옵션으로 바꿔서 투자하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역시 흥미로운 것은 민노당의 약진이다.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 급진적 진보정당이 전체 정당지지표의 13.1% 씩이나 획득한 것은 정말 뜻밖이다. 물론 비자금으로 드러난 기존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염증이 탄핵가결로 인해 폭발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강한 열망이 표출된 결과이겠지만 어쨌건 이는 특이하다.

민노당의 존재로 인해 상당한 진보적 이념을 가진 열린우리당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중도정당으로 분류가 되는 결과가 나왔고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안심을 하면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보면 열린우리당은 일정 부분 이득을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민노당이 없었더라면 이 13.1%는 상당 부분 열린우리당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보면 여당은 일정 부분 손실을 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민노당의 진보적 성향이 주로 분배위주의 경제정책과 반미 자주적 외교정책을 통해 표출될 것이라고 보면 명분이 있는 선명한 이슈들을 민노당이 선점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질세라 여당도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당장은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거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면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분배요구가 더 거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세계화시대에는 사람과 기업과 돈이 옛날과는 달리 자유롭게 움직인다. 즉 이들에게는 너무 힘들거나 변한 환경에 적응이 안 되면 이 땅을 떠날 수도 있는 옵션이 존재하는 것이다. 투표를 유권자가 정당 혹은 인물에게 대해 투자를 하는 행위로 비유한다면, 앞으로의 정책과제 중에 하나는 여소야대 정국을 한꺼번에 뒤집어 버리고 민노당에 힘을 실어준 화끈한 `유권자=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과 기업들이 이 땅을 떠나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도록 실리위주의 안정된 정책을 펴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의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투자 종목을 바꾸어 버리고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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