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출자총액제한제도, 어떻게 볼것인가?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포함한 올해의 업무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재계가 줄기차게 이 제도의 완화 내지는 폐지를 주장해온 터라 이번 공정위의 발표는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글에서는 이 제도의 존폐를 포함하여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누가 무어라고 하건 간에 이 제도는 가공자본에 기댄 재벌의 순환출자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즉 `의결권 승수의 악화를 수반하는 지배력의 확장'을 견제하는 제도이다.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라는 표현 대신 굳이 `타회사 주식보유한도제'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제도와 관련한 그 외의 주장은 부수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의 생산적 투자기회를 박탈하여 사회적 비용을 야기시킨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종종 이 제도의 무조건적 폐지를 갈망하는 일부 재벌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띄우는 애드벌룬에 다름 아니다.
일부 재벌이 이 제도의 폐지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진짜 이유는 돈 한푼 더 넣지 않고 기존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가공자본을 `우호지분'이라는 형태로 포장하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제도가 살아있으면 그런 간편한 방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제도가 매우 원시적인 제도라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가, 또는 이 제도를 유지할 경우 추가로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이 제도를 유지할 경우의 보완사항부터 생각해 보자. 그동안 정부와 재계는 몇 가지 경우에 출자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것이 예외에 해당될 만큼 `바람직한 출자'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핵심을 인정하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에 목이 말라 있는 재벌에 대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각종 방어전략의 허용범위를 지금보다 폭넓게 허용해 주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법과 증권거래법을 다시 살펴 이런 시각에서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 문제의 올바른 해법이다.
다음으로 장기적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은 재벌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출자관련 규제는 회사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쟁법적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은 출자에 근거한 타기업 지배행위 그 자체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의 틀을 정립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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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는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 개념과 `계열회사'를 거느리는 대규모 기업집단 개념이 따로따로 존재하고 있다. 이를 새로운 지주회사 개념으로 통일하여 일반적 논리에 의해 규제할 것은 규제하고 풀어줄 것은 풀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삼성생명의 지배와 관련하여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을 동시에 위반한 것으로 알려진 에버랜드의 경우는 황량한 벌판과 같은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제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미봉책에 연연하지 말고 어려운 문제와 정면대결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