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삼성전자 부도? Absolutely Not

[내일의전략]삼성전자 부도? Absolutely Not

홍찬선 기자
2004.05.06 17:20

[내일의전략]삼성전자 부도? Absolutely Not

한국 증시에 '유령'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차이나쇼크와 미국의 금리인상, 국제유가 급등 등을 이유로 보유주식을 내다파는 외국인 매도라는 유령이다. 한번 마음먹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이 유령은 ‘주가 1000시대’라는 장밋빛 꿈을 차디차게 비웃으며 주가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만 목매달고 있던 한국 증시가 외국인 매물이라는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6일 종합주가지수가 29.80포인트(3.44%)나 폭락하며 837.68에 마감되자 증시에는 추가하락에 대한 불안이 유령처럼 떠돌아 다녔다.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던 120일 이동평균(849.73)과 심리적 마지노선인 850선이 맥없이 무너지고, 20일 이동평균과 60일 이동평균마저 하락세로 돌아서 이런 불안을 더욱 부채질했다. 코스닥종합지수는 21.47포인트(4.68%) 하락한 437.33에 거래를 마쳤다.

꺼져가는 2개의 엔진..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악재들

이날 주가가 예상외로 폭락한 것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말문을 열지 못했다. 주가가 떨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이처럼 폭락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질 이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막상 폭락한 뒤 곰곰이 따져보니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악재들이 첩첩산중처럼 쌓여 있었다.’는 반성이 적지 않았다.

우선 2개의 엔진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경제와 증시 및 세계 경제와 증시를 이끌고 있는 2개의 엔진이 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불어 닥친 ‘차이나쇼크’로 중국 엔진이 거의 꺼지면서 소재(철강 등) 해운 조선 등이 이미 조정기에 들어갔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동안 본격적인 조정을 보이지 않았던 기술주들이 본격적으로 조정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우량주들을 내다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한국과 아시아로 몰려들었던 단기 투기자금들이 이탈하면서 수급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며 달러를 빌려 아시아 지역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있다”며 “한국 및 아시아 관련 펀드가 지난주 16억달러 줄어든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국제유가의 급등이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39.65달러로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40달러에 육박했다. 유가급등은 에너지 의존도가 100%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다.

이밖에도 주한미군 이전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 한국의 국가경쟁력 바닥권 보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정 임박 등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주가가 오를 때는 이런 요소들이 부각되지 않았으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악재들이 점점 커져 보이고 있다”며 “추세가 깨진 만큼 주가가 추세를 돌리고 상승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도기업처럼 추락한 삼성전자 주가..수급이 재료와 펀더멘털보다 중요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수급이 무너져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외국인 매도가 진정될 때까지 증시는 약세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장주인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물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최근 8일 동안 10만9000원(17.1%)나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2/4분기에도 이런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만 팔려는 물량이 사고자 하는 물량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어서 주가는 하릴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기업의 주가가 마치 부도기업 주가처럼 폭락하는 양상’을 보였다.'삼성전자의 비극'

이날 외국인 매도가 몰린우리금융(-6.40%) 텔슨전자(-11.59%)LG(-5.79%)금호석유화학(하한가)대림산업(-14.22%) 삼성증권(-7.22%) 등이 급락한 것도 수급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조익재 팀장은 “종합주가는 단기적으로 800~820선에서 바닥을 다지겠지만 외국인 매물이 계속 나오면 800선도 지켜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주말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가 좋으면 증시는 이른 시일 안에 안정될 것이나 나쁘게 나오면 한차례 더 하락하는 아픔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도 “외국인이 작년에 매수한 평균지수는 790, 올해는 평균 870정도여서 평균 840선이 손익분기점”이라며 “외국인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내다팔 경우 주가는 바닥을 알기 어렵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폭락의 공포 속에서 상승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렇다고 주가가 폭포수처럼 수직 낙하하는 것은 아니다. 용수철 반발력처럼 폭락한 뒤에는 반등이 있게 마련이다. 슬금슬금 하락할 때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매도기회를 주지 않고 하락하지만, 폭락할 때는 꼭 반등해서 매도기회를 준다. 펀더멘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삼성SDI가 9.06%나 폭락하고 삼성전자가 4.86% 떨어진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패닉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주가 폭락의 공포로 인해 눈에 잘 뜨이지 않았으나, 외국인이 이날 코스피200선물을 4434계약(2473억원) 순매수한 것은 반등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9329억원어치나 샀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비록 매도가 1조1140억원에 이르러 1811억원 순매도였지만, 엔씨소프트 현대차 대우종합기계 한진해운 신한지주 한국전력 호남석유화학 KTF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주가가 많이 떨어졌거나 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의석 부장은 “삼성전자삼성SDI현대차신한지주등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는 종목들은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투매보다는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새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도 단순히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보다는 펀더멘털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서도 심리 때문에 급락한 종목에 한정해서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당랑거철(螳螂拒轍)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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