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700붕괴 vs V자 반등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짙은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3일 동안 97.21포인트(11.8%, 장중 고점과 저점 기준)나 폭락했다.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750선 붕괴’가 이렇다할 저항 한번 못하고 현실로 다가오자 증시엔 무기력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종합주가 700선 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싼 값에라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매수세 실종’에 조그만 팔자 물량에도 주가가 추락하는 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4년전 찾아왔던 ‘서울의 봄’을 군화발로 짓밟았던 슬픈 역사인 ‘5·17’ 24주년을 맞은 17일 주식시장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39.48포인트(5.14%) 떨어진 728.98에 마감됐다.
15일(거래일 기준)만에 207.04포인트(22.1%)나 폭락하며 작년 10월8일(722.76) 이후 7개월여 만에 720대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9.18포인트(7.21%)나 폭락한 375.75에 거래를 마쳐 400선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거래소 103개, 코스닥 93개에 그친 반면 하락종목은 거래소 674개, 코스닥 742개나 됐다.
전 세계 주가 동반 폭락..‘글루미 먼데이(우울한 월요일)’
이날 대만의 자취안지수는 5.10%,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3.18%, 홍콩의 항셍지수는 2.51% 급락했다. 미국의 나스닥100선물지수도 오후 4시22분 현재 20.50포인트(1.46%) 하락중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이라크 사태 악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중국 긴축 등으로 회복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다시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세계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훨씬 크다는 점이 한국 투자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증시는 △주한 미군 일부의 이라크 배치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불안감 △주가가 폭락할 때 주식을 사줄만한 기관투자가 미미 등의 추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대통령 탄핵기각과 주가하락
추가하락 vs V자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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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세일은 백화점 세일과 다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든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에 있을 때 800 밑으로 떨어진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만, 730까지 떨어지면 ‘60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그럴듯하게 들린다.
주가가 맥없이 추락하자 추가 하락한다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지나친 저금리 정책이 너무 장기화된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며 “경제 및 증시 상황이 종합주가지수가 510대까지 떨어졌던 2003년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투자자문사 사장도 “최근 주가 폭락은 유가급등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아우러진 때문”이라며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정부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지 않는 한 주가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투수교체와 주가하락 리스크
반면 주가가 단기적으로 많이 떨어진 만큼 700~720선에서 V자 반등이 나타나 820선까지 100포인트 정도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 임원 출신의 테헤란로 Y씨는 “15일만에 삼성전자가 28%, 종합주가지수가 22% 급락한 것은 외환위기 때도 볼 수 없었던 비이성적인 급락”이라며 “720선에서 사는 것은 비록 더 하락한다고 해도 추가하락보다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다.
동원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 과장도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 중 70포인트는 중국쇼크, 70포인트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70포인트는 유가급등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쇼크와 금리인상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며 유가급등에 따른 충격도 점차 완화되고 있어 큰폭의 추가하락보다는 반등시기가 가까워오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성공한 투매는 없다..좋은 주식 살 타이밍이 가까워 오고 있다
주가가 한차례 더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는 ‘개인의 투매’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회사 주식운용팀장은 “종합주가가 930에서 850까지 떨어진 것은 외국인이 2조6000억원을 매도한 탓이고, 850에서 730까지 하락한 것은 기관의 매도(프로그램매도 포함) 때문이었다.”며 “주가가 폭락하는 동안 개인들이 1조8000억원 정도 순매수했는데 그 물량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한 뒤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팔고 싶은 주식’이 모두 털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량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가까워지고 있으나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자문회사 사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45만8000원까지 떨어짐에 따라 50만~55만원에서 매수했던 외국인의 손절매 물량이 나올 우려가 있다”며 “외국인 손절매가 없다면 44만원 수준이 바닥으로 예상되나 손절매가 나오면 40만원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외국인이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POSCO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등을 이날 대량으로 순매수했다”며 “주가가 폭락한다고 무작정 투매하기 보다는 반등 때 주가가 오르지 못할 종목은 이참에 과감하게 정리한 뒤 반등할 때 상승의 힘이 큰 우량 대형주로 바꿔타는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물타기는 위험..쉬는 것도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