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진정한 개혁

[시평]진정한 개혁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4.05.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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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진정한 개혁

 탄핵정국을 힘겹게 넘어서는가 싶더니 고유가와 주변정세관련 위험이 우리 경제를 다시 흔들고 있다.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분명 과거의 성장파라다임하에서 누적된 상당한 문제들을 시정하려는 정책의지가 없다면 우리경제는 기형적 지배구조와 억압된 시장기능으로 인해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강조되어야 할 공정경쟁 환경은 취약한 시장기능을 유지하려는 정책개입과 각종 규제로 인해 오히려 뒷전에 밀리고 있다. 더욱이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방치된 채 정작 충격을 감당할 만한 여력은 사회 각 부문에서 분출되는 요구로 소진된 상황이다. 외견상 우리경제가 견뎌내고 있다는 인상만 가지고 대수술을 강요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잘못된 관행에 대한 면죄부와 시장안정을 위한 임시처방만으로 잠재적 위험요인을 방치하기도 어렵다. 대내외 환경의 어려움을 볼모로 개혁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기 쉬운 반면 점진적 접근은 자칫 해이(complacency)로 방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로 우리 경제는 개방이라는 추세를 국익증진의 기회로 활용하는 가 아니면 내부적 갈등의 심화로 표류하게 되는 가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내부적 취약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구체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외부충격이 가세함에 따라 체제적 위험(systemic risk)도 높아졌다. 특히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강조되면서 경쟁요소의 체제적 이탈현상과 성장활력의 소실, 경쟁환경의 후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면과제는 세계적인 경쟁에 필수적인 경쟁요소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기존 체제의 잘못된 부분을 시정해나가는 데 있다.

 개혁의 긍정적 효과를 국민복지 증진에 연결하려면 첫째, 기존 파라다임의 구조적 문제를 제거해나가는 방법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선택의 기회가 판이하게 다른 계층들의 전반적 복지를 증진시키려면 과도한 재분배적 접근은 지양되어야 한다. 보다 차별화된 개선노력은 경제주체가 각자 주어진 경쟁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구현가능하다. 물론 기존 문제가 방치된 채 정상적 시장작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으나 이러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반시장적이라면 시장은 여전히 소극적 역할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진정한 개혁이 실현되려면 우선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어야 한다. 우선 특정 주도세력이 아닌 시장전반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자발적으로 시정되려면 뿌리깊은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위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가져다주는 사회적 합의나 협력의 토대이다. 특정집단과 계층이익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 개인이나 공동체 차원의 교류나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자본의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측과 상충관계를 보이는 측의 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통해 실천될 수 없는 급진적 개혁요구를 강요하게 된다.

 셋째,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대립과 분열을 바탕으로 기존의 문제를 척결한다는 시장인식이 있는 한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실제 현실에서는 점진적 발전만이 가능할 뿐이다. 급하게 기존 질서나 틀을 바꾸려다 보면 당연히 저항과 상당한 사회적 조정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같은 취지라도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자본의 확충을 염두에 둔다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적 득실만 따져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슈를 가지고 이전투구를 계속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귀착되기 마련이다. 정치는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최상위의 결정과정이다. 정치가 분열과 대립의 집단별 계층간 갈등을 심화시킨다면 향후 수세대의 복지를 볼모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현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조될 것들과 지양되어야 할 것들이 혼재되어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장점과 가능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경쟁환경보다는 비경쟁환경하에서의 끊임없는 시정노력만 강조되고 있다. 더욱이 대립적 개혁의지는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심각한 부작용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혼란을 해소하고 시장중심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원칙과 규율이 중시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시장중심의 해결구도가 현실화되려면 시장의 취약성이 상존하는 개도국 배경하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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