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모를 땐 손 빼라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 것인가? 종합주가지수 상승세가 사흘을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하락하자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주가가 고점에 비해 20% 가까이 떨어져 싸지만,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사항에 그치는 양상이다.
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720~730을 바닥으로 하고 780~800을 꼭지로 하는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상승 차이나쇼크 미국금리인상 등 3대 악재에 아시아(한국+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고 있어 한단계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16포인트(1.31%) 떨어진 767.79에 마감됐다. 장중에 782.92까지 올라 3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후속 매수세 불발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종합지수도 11.79포인트(2.97%) 하락한 385.3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매수를 믿을 수 없다..결국 유가상승에 발목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36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4월16일(6565억원 순매수)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코스닥에서도 110억원 매수우위였다. 외국인 순매수로만 보면 종합주가는 20포인트 가량 상승했어도 별로 이상할게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외국인의 이같은 매수에 대한 증시 반응은 썰렁했다. 종합주가는 10포인트 떨어졌다.
“외국인이 모처럼 대규모로 샀지만 주가지수선물을 5495계약(2755억원) 순매도해 외국인 매수를 믿지 못하겠다”(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외국인의 이날 순매수의
내용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삼성전자(16만2000주)포스코(16만4000주, 순매수 기준) 한국전력(86만9000주)대우종합기계(183만1000주)LG전자(22만8000주) 등을 중심으로 7469억원어치 샀다. 평소 매수 규모보다 1000억원 정도 더 샀지만 매도가 3845억원으로 평소의 절반수준에 그쳐 순매수 규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차장은 “최근 주가 폭락은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 아니라 주식을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의 매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주가 상승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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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학 이사는 “유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공급이 줄어서라기보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달러강세로 아시에 들어왔던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것
최근 1~2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이머징마켓) 주가와 국제원자재(Commodity)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의 초저금리와 달러화 약세로 미국을 이탈한 투자자금이 원자재와 이머징마켓으로 몰려들어 유동성 장세를 만들어낸 탓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르면 6월중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로 인해 원자재와 이머징마켓 주식 등 비달러화 자산에 몰려들었던 투자자금이 다시 미국의 달러화 자산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수사정이 있는 원유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주가도 급락중이다.
이윤학 차장은 “나스닥지수가 2000년 급락 때처럼 고점을 낮추면서 하락중이어서 추가 하락할 우려가 높다”며 “나스닥지수가 다시 하락할 경우 한국 증시도 한단계 더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송학 이사도 “지금은 주식을 팔 수도 없고 사기도 힘든 어정쩡한 상태”라면서도 “3대 해외악재에 주한미군 감축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미되는 양상이어서 상승보다는 하락 쪽에 무게가 있다”고 내다봤다.
키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 ‘저점매수’ vs ‘손절매’
앞으로 증시의 방향은 삼성전자 주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난 저점인 48만5000원에서 바닥이 확인됐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같으나 추가상승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올 2/4분기 실적에 중점을 두는 사람은 주가의 추가상승을 예상하는 반면 내년 이후의 실적이 나빠질지 모른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은 추가상승에 의문부호를 붙인다.
모든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옳다고도 할 수 없지만 주식투자를 잘하는 사람 중 한사람인 대전의 L씨는 삼성전자를 50만5000~50만6000원에서 매도(손절매)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50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5500원 떨어진 49만4500원에 마감돼 50만원선을 지키지 못했다.대전 L씨 2번 물타기 뒤에 결국 손절매
반면 서울 시내에서 삼성전자를 중점적으로 매매하는 한 할아버지는 최근 48만~49만원에 매수했다(투자규모는 약50억~6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5만원 수준에서 매도했다가 다시 사들인 것이다. 외국인도 이날 삼성전자를 오랜만에 16만2000주 순매수했다.
바둑에 '모를 땐 손 빼라'는 격언이 있다. 잘 모르겠는데 계속 그것을 고민하고 있으면 전체 판세를 잃을 우려가 있으니, 일단 손을 빼 상대방의 응수를 본 뒤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주가가 어느 곳으로 갈지 알지 못할 때도 일단 손을 빼고 사태추이를 보는 게 좋다.단기급등으로 경계권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