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국인도 눈치보기
하룻만에 또다시 하락이다. 유가 상승이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전날(1일)과 다른 프로그램 매도세가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의 선물 매매 방향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가 결정되며 주가 등락이 판가름나는 상황이다.
개인이 선물을 5600 계약 이상 순매도하면서 베이시스가 악화돼 프로그램 매물이 1199억원 가량 쏟아져 나왔다. 전날까지 6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마저 544억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증시 낙폭이 심해지는 양상. 개인 선물 순매도가 5000계약을 넘어서면서 프로그램 매물 역시 1000억원을 초과해 지수 800까지 무너졌다.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순매도 전환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고 선물시장에서는 이날(2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외국인들의 시장 영향력이 최근 급격히 감소하긴 했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느냐는 여전히 관심거리다. 어쨌든 4월말부터 5월18일까지의 급락세는 외국인들의 대대적인 매도 전환 때문이었고 5월18일 이후 지난주말까지 급격한 반등 역시 외국인들의 일평균 1000억~3000억원 가량의 순매수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주 들어서 증시는 외국인보다는 개인의 선물에 따라 등락하는 모습이다. 개인이 선물을 매도하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온 5월31일(월)과 오늘(1일)은 하락하고 개인이 선물을 매수해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전날은 상승하는 흐름.
외국계 증권사 주식 영업부 담당 임원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가 매우 싸다는 점에 대해 마음이 끌리면서도 여러 악재들로 인해 크게 매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 영업부 임원은 "하루에 2000억~3000억원씩 순매수가 일주일 이상 연장되지 않고서는 외국인이 '매수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지금 외국인 매매는 소강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외국인들이 증시 급락 직후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한국에 대해 더 빨리 순매수를 보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다른 아시아 대비 한국을 더 많이 사고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급락 직후 일부 헤지펀드들이 반짝 들어오긴 한 것 같은데 이런 매수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 증시의 매력이라면 아시아가 다 싸지만 특히 더 싸다는 점인데 악재들이 많아 반등이 지속되기 어려워 외국인도 눈치를 보고 있다"며 "여기에서(전날 종가 815 수준) 더 오르면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의 외국인 매물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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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외국인이 돈을 추가로 가지고 들어오지는 않고 눈치를 보면서 기존 자금으로 교체성 매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업종, 종목을 선호하느냐에 대해서는 "펀드 전략별로 천차만별"이라며 "방어주를 사는 펀드도 있고 오히려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경기 민감주를 사는 펀드도 있다"고 말했다.
안승원 UBS증권 주식 영업부 전무는 "한국 주식이 다른 아시아보다 크게 싸기 때문에 조금씩은 사고 있지만 크게 사지는 않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싸다고 해도 외부 요인들 때문에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주가가 오를 때 추격하는 매수세는 없다"며 "떨어지면 조금씩 매수하고 주가가 오르면 급락장세에서 못 팔던 투자자들이 정리 차원에서 팔고 있어 외국인들 매매에 뚜렷한 방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안 전무는 "낙폭이 컸던 전기전자, 화학, 철강도 사고 은행도 사는데 양은 많지 않고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 매도하는 단기 매매도 좀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싸기 때문에 오를 때 추격 매수는 없다해도 저가 매수 관점은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 주식 영업부 임원도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 증시가 끝났다, 700, 600까지 내려갈거다'라는 인식은 없다"며 "한국 증시를 크게 나쁘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 임원은 "한국 주식이 워낙 싸기 때문에 우량주가 많이 떨어지면 산다"며 "옛날과 달리 추격 매수는 없고 주가가 떨어질 때를 노렸다 산다는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저가 매수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장기적으로 한국을 좋게 본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임원은 "전기전자, 전자부품 등 우량주도 좀 사고 내수주도 여전히 하반기에 내수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어 광고회사나 백화점 등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최근 선물을 순매수하는데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선물옵션부 임원은 "외국인들 선물옵션 거래는 시장 방향성을 따라가기 보다 개별 펀드의 전략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전제한 뒤 "전체적으로는 최근 외국인들이 선물을 순매수해지만 우리 증권사로는 매도가 더 많았고 최근 순매수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악재들이 대부분 노출돼 주가에 반영된데다 프로그램 매도차익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 언제라도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차익 실현 차원에서 기존 매도 포지션을 조금씩 청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선물을 매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