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추가하락 염두에 둘 상황
"여기에서 위로 올라갈 확률이 크다고 봅니까, 떨어질 확률이 크다고 봅니까."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10일 만기일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도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반문이다.
이 관계자는 반문에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예요. 밸류에이션은 싼데 호재는 없고 상황은 너무 불확실하고 매매하기 아주 힘들어 합니다. 이미 매도 시기는 한 차례 놓친 상태에서 지금 팔다가 시장이 돌아서면 업사이드 리스크(Upside Risk, 주가 상승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수익률이 저조해지는 리스크)가 생기니 함부로 팔지도 못하고 들고 있자니 다른 시장에 비해 한국이 언더퍼폼(Underperform,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하고 있으니 고민스럽고..그렇죠. 지금 장은 누구도 뭐라고 말을 못해요."
만기일 다음날인 11일 증시는 만기일 후폭풍과 삼성전자의 LCD 충격 속에 전날의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싸니 장기적으로 주식 보유가 유효하다 한들 단기적으로 하락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전저점(장 중 716) 재시험 혹은 하향 돌파도 가능하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하락의 근본 원인은 수급이다. 외인과 개인이 선물을 함께 팔면서 베이시스가 악화돼 프로그램 매도가 25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어더해 최근 삼성전자가 LCD 수요가 올해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촉매가 돼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등 대형 IT주를 팔고 있는 것도 시장에 부담이다.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호재가 나왔으나 투자심리 악화 속에서 무시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든 국내 투자자든 이들을 직접 만나 자금을 모으고 운용도 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크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운용본부장이나 증권사의 전략가보다도 더 비관적으로 보인다.(고객과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상 이들의 의견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한다.)
600대로 떨어진다고 본다
외국인 헤지펀드들과 접촉이 잦은 한 관계자는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600대로도 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의 의견을 요약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자산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약간의 버블을 감수하고라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안 떨어뜨리려 노력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정책 자체가 디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다.
과거 신용카드 버블 등을 해소하는 과정 자체에서 이미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데다 평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역시도 한국적 상황에서는 디플레이션 요인이다. 이 때문에 내수는 살아나기 힘들 것이다. 수출도 둔화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이 경기가 다 좋아 수출이 잘 됐지만 앞으로 최소 이들 중 한 나라 이상에서 경기가 꺾이며 국내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다. 금리를 내리겠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겠다 이런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한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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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나쁘게 봤을 때의 리스크는 정부 정책이 바뀌는 경우다. 이 경우 예상외 정책적 선회에 증시가 긍정 반응하면서 오를 수 있다. 또 하나는 거시경제를 봤을 땐 한국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밸류에이션상 너무 싸다는 점이 걸린다는 거다. 이런 점이 비관론의 리스크이긴 하지만 600까지 간다고 본다. 외국인도 이미 팔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좀더 팔 것이다."
증시 방향성이 위로 가기는 펀더멘털상 어렵다
다음은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욕심 버리고 헤지하면서 롱/숏만 하고 있다. 쉬다가 많이 떨어지면 조금 사고. 증시는 기업이익의 증가율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지는데 지금 펀더멘털상 기업이익의 증가율이 어떤 업종이건 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긴 어렵다. 한국 주식이 싸다 하는데 거시경제와 이익의 방향성이 꺾이는 상황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저렴하다는 얘기가 안 통한다.
게다가 지금 국내 투자자들 심리는 너무 악화돼 아무도 주식을 하려 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안 사면 사줄 사람이 없어 떨어진다. 증시란 안 오르면 체력이 약화돼 떨어지는 것인데 수급이 이렇게 취약한 상황에서는 저점을 논하기도 어렵다. 국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 내수는 상당기간 살아나기 힘들고 부동산도 공급 과잉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 일본식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식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 헤지에 주력하고 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주식 운용 담당자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800에서는 상승 잠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번 저점(716)을 재시험할 가능성이 높다. 700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고유가 등이 펀더멘털에 얼마나 영향을 줄시 아직 불확실한데다 IT산업 둔화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전 기업 이익 전망치를 감안하면 한국 증시는 너무나 저평가 상태지만 기업 이익이 이전 전망치 대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현재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이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지금 증권사에서 내놓은 이익 전망이 상당히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 떨어질 수 있고 추세적 반등을 맞기엔 아직 멀었다."
요약하자면 증시 방향성을 결정짓는 기업 이익의 전망치 하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회피로 수급이 취약해 저점을 논하기조차 어렵다는 점, 때문에 700 위협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너무나 암울하게 불확실하고 분명한 것은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 당분간이 어디인지, 저점이 어디인지는 지금 논하기 어렵다. 주식을 매수하려면 마음을 비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매수만이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