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쌍바닥, 외인 매매 확인이 중요

[내일의 전략]쌍바닥, 외인 매매 확인이 중요

홍찬선 기자
2004.06.11 17:18

[내일의 전략]쌍바닥, 외인 매매 확인이 중요

‘외국인이 무섭다.’

증시에 외국인 공포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7000계약 가까이 순매도하고 현물도 1000억원 이상 순매도함으로써 외국인의 ‘한국주식매도(Sell Korea)'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종합주가 800 위에서 매수하던 외국인이 750대로 추락한 상태에서 매물을 늘리고 있어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외국인 공포증은 프로그램 매도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팔아 베이시스(선물가격과 이론가격의 차이)가 마이너스 1.14포인트나 되는 백워데이션이 심화되면서 프로그램 차익매도를 불러일으켜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외국인과 프로그램이 힘을 합쳐 폭격해대는 통에 소총부대인 개인들이 대량으로 순매수하며 진지 사수를 외치고 있지만, 시장의 중심은 하락에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쿼바디스 한국증시,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가?

세 마녀가 심술을 부리고 떠난 지 하루가 지난 11일, 주가가 급락해 때 이른 무더위에도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0.77포인트(3.93%) 떨어진 751.53에 마감됐다. 4일 동안 57.92포인트(7.2%)나 떨어졌다. 장중 한때 748.34까지 밀렸지만 750선은 가까스로 지켜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12.33포인트(3.08%) 하락한 387.76에 거래를 마쳤다. 4일 동안 16.81포인트(4.2%) 떨어지며 4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주가급락은 아시아 증시에서도 예외적이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0.42% 하락하는데 그쳤다. 대만의 자취안지수도 2.26%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와 싱가포르 ST지수는 각각 0.35%와 0.49% 하락하는데 머물렀다. 게다가 이날 새벽마감된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40%, 나스닥지수는 0.47% 상승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한국 경제가 TFT-LCD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의존도가 높아 LCD가격이 하반기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LCD를 포함한 IT 주식을 매도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이들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증시는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훈 동원투신운용 상무도 “일본 주가는 상대적으로 튼튼한데 한국과 대만 주가의 하락폭이 크다”며 “이는 글로벌펀드들이 IT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수 예측은 무의미..쌍바닥 확인하는 것이 중요

‘대주주가 파는 주식의 주가는 오를 수 없다. 조금 떨어지면 다행이고 폭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증시의 경험법칙이다. 현재삼성전자LG전자국민은행삼성SDI등의 대주주는 외국인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이런 주식을 팔고 있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2만6000주(1003억원)나 순매도했다.LG전자(476억원) 국민은행(412억원) 삼성SDI(292억원) 신한지주(172억원) 등도 대규모 매도우위였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가 3만1500원(6.73%) 떨어진 43만650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6.87% 급락한 3만3900원으로 52주 신저가로 주저앉는 수모를 겪었다.엘피다 쇼크?

이런 상황에서 주가와 지수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외국인이 언제까지 팔 것인가에 따라 주가와 지수의 하락폭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냥 맥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다음주에 확인해야 할 일은 지수가 쌍바닥을 만들고 반등하느냐의 여부다. 종합주가지수 전 저점은 716.95(장중기준)다. 지수가 이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반등에 성공하면 상승형 쌍바닥을 만들고 오를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전저점을 뚫고 내려가면 하락형 쌍바닥으로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므로 추가 하락할 우려가 높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악재가 악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

요즘 들어 증시에는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교체(자진사퇴 또는 경질)될 것이라는 분석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이는 가뜩이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는 외국인과 국내 큰손의 투자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증권사 지점장은 “시장을 알고 외환위기 때 현장에서 위기 극복 작업을 한 이 부총리가 교체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와 증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장은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한미 외교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외국인들은 2/4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움직이자며 주가가 급락해도 좀처럼 매수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매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자산운용회사 사장도 “외국인이 선물을 6935계약(3294억원)이나 순매도한 것은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물을 팔면 주가가 너무 떨어져 제대로 팔기도 어렵고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현물매도를 자제하면서도 선물을 대량으로 파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식투자 규모가 큰 한 기관의 운용본부장은 “세계적인 부동산 버블이 터질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부동산 값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부동산담보대출 부실화로 은행 뿐만 아니라 가계와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악재가 악재를 부르는 상황이 될 때에는 강력한 정책을 펴더라도 효과가 적어지는 만큼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물이 얕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