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700 붕괴에 대한 기대감"
프로그램 매수로 반등했던 전날과 달리 22일 증시는 프로그램 매도로 하락하고 있다. 개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가 다시 악화돼 프로그램 매물이 유입되면서 지수를 압박하는 양상. 기계적 매수로 인한 반등의 한계와 취약성을 확인하는 모습.
최근 증시는 매우 재미가 없어 보인다. 700초반에서 820까지 반등 뒤 후퇴, 이후 750을 중심으로 지리한 등락이 계속되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라는 기계적 움직임에 의해 장이 등락하니 예측 불가, 방향성 부재다.
그러나 시장이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사람의 심리와 전망이란 것이 어떻게 실천에 옮겨져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자못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다. 포인트는 과연 종합지수 700이 무너질 것인가 여부. 최근 펀드매니저들에게 전화를 해보면 대부분이 저점이 더 낮아지지 않겠느냐, 700이 붕괴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운용 책임자는 "좀더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600 후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다리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차광조 메리츠투자자문 운용이사도 "저점을 720 수준이라고 보지만 시장은 꼭 떨어질 땐 한 단계 밑에까지 가는 경향이 있다"며 "600 초반까지는 안 가겠지만 600 후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종합주가지수가 800 위로 반등한 뒤 800이 무너질 무렵에 주식 비중을 15%로 대폭 줄여놓았는데 최근엔 증시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해 보유 종목 중 오른 종목을 이익실현, 주식 비중을 5%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투매로 급락이 나타나면 그 날이나 그 다음날 쫓아 매수할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윤석 CSFB증권 서울지점 리서치헤드도 "우리는 700이 깨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700이 무너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는 점, 그리고 많은 사람이 700이 무너지면 큰 기회가 도래했다고 판단, 매수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전망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 시장 참여자 혹은 관찰자들의 일관된 '700 붕괴에 대한 기대'가 실제로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거리다.
700이 붕괴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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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이러한 전망이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 급감과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적 매매로 귀결되고 있다. 다들 700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려면 그 때 사야겠다는 생각에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 자연히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700 붕괴에 대한 높은 기대는 선물 매도로 나타나 베이시스를 악화시키며 프로그램 매물로 귀결되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체력 약화 속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적 움직임도 따지고 보면 '700 붕괴에 대한 높은 기대감' 때문일 수 있다.
700이 깨지면 과연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매수에 나설까. 그러면 증시는 급반등하지 않을까. 이에대해 메리츠투자자문의 차 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690까지는 급락할 수 있다고 보는데 막상 투매로 증시가 추락하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급락 때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선뜻 매수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언제나처럼 용기있는 몇몇 사람만이 과감하게 매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저점에 사야지 기다리고 있다 해도 막상 급락이 나타나면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에 대부분은 매수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700 붕괴에 대한 기대감이 이렇게 높은데 그것이 실제로 실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을 때 시장은 그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700이 깨질 수도 있지만 730 수준에서 지지부진 옆으로 길 수도 있고 여기에서 느리지만 서서히 기어가듯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 이 지수대가 바닥이라는 얘기가 된다. 시장의 저점을 맞춘다는 것은 부질없다. 지금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할 매수라고 생각한다. 분명이 기업들의 이익 변동성이 줄고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쟁력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저평가된 우량 주식들이 많다고 본다. 이런 주식들을 지금부터 조금씩 사는게 답이다."
메리츠투자자문 차 이사 역시 고유 계정이나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매수 지수대를 정해 놓고 전략적으로 분할 매수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이다.
저점 예측은 부질없는 짓
사실 최근 투자자들이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국내 경기에 대한 전망이 너무 암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 소개한 이 펀드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미국 증시도 십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어떤 시점에 한 단계 레벨 업됐다. 국내 증시도 1980년대말에 한 단계 레벨 업된 뒤에 1988년부터 십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저점은 500 밑에서 500 위로 높아졌고 이번 하락세에서의 저점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물론 고점도 1000 위에서 950, 940 등으로 낮아졌지만 차트를 보면 수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렴되다가 어느 순간 위로 올라가며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 장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1980년대 후반 일본 호황 때와 같이 국내 인구구조도 30대, 40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됐고 기업지배구조는 개선됐으며 경기 변동에 따른 이익 변동이 줄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장기 상승의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이라면 지금부터 계속 분할 매수해 포트폴리오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저점을 예측한다면 주식 투자로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것은 예측 불가기 때문이다. 일본식 장기 불황을 얘기하며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큰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어디에 베팅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어차피 700이 깨지면 살 생각이라면 600 후반에서 사나 700 초반에서 사나 오십보 백보라는게 가치투자자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