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미은행노조 파업의 명분

[기자수첩]한미은행노조 파업의 명분

진상현 기자
2004.06.28 19:29

[기자수첩]한미은행노조 파업의 명분

한미은행 파업 사태의 파장이 금융권 전체로 번질 조짐이다.

금융노조는 28일 한미은행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산별교섭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29일에는 금노 차원의 쟁의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조정 신청 후 15일간의 조정이 실패하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금융노조의 연대 투쟁 선언으로 한미은행 파업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금융노조 전체가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금융계 노사의 극렬 대치는 불가피하다. 물론 벼랑 끝 협상으로 이어지면서 조속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어느쪽이 될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고객들의 불편과 불안감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명분이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한미은행 노조측이 표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요구 사항은 크게 상장폐지 반대, 독립경영보장, 국부유출 반대, 고용안정 보장 등 4가지이다. 이 가운데 고용안정 보장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안들은 사실상 경영진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고용보장의 경우에도 사측이 타협할만한 수준의 안을 내놓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다수다.

그렇다면 왜 파업을 했을까.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임금이나 보너스 문제다. 노조측은 여러가지 쟁점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변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일부에서는 금융노조가 한미은행 파업을 통해 전체 임단협 승리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미은행은 이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했지만 사실상 거점 점포에서도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지난해 조흥은행 파업 때 겪었던 예금 인출 사태가 다시 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한미은행의 전산센터는 현재 최소의 필수인력으로만 운용되고 있다.

명분이 있는 파업이라면 고객들은 불편을 감내 할 수 있다. 그러나 명분이 없다면 고객들은 은행을 떠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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