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태평양·농심같은 밸류株 찾아라
‘오십년 주식시장을 마우스로 돌아보니/증시는 의구하되 투자자는 간데 없네/어즈버 주가 1000이 꿈이런가 하노라.’
증시에 희망이 자꾸만 줄어든다.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데도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오르기만 하면 팔겠다는 투자자가 많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내보여 미국 일본 홍콩 등의 주가가 올랐지만 한국은 ‘왕따’를 당하며 외려 하락했다.
고려가 망한 뒤 평양을 찾아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보니/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고 망국(亡國)의 한을 읊은 길재처럼, 한국 투자자들은 무거운 상실감에 휩싸여 있다.
후속 매수세 불발로 상승의 발목이 잡힌 증시
2004년의 나머지 반이 시작된 1일 투자자들은 좋다 말았다. 종합주가지수가 오전에 792.77까지 오르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종가는 전날보다 7.76포인트(0.99%) 떨어진 778.03. 상승이 3일을 이어가지 못함으로써 어렵사리 올랐던 780선마저 아쉽게 내주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1.34포인트(0.35%) 하락한 383.8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빠져 생긴 매수공백을 메울 토종 사자세력이 없어 한국 증시만 세계 증시 회복에서 외톨이가 되는 양상이다. 이날 새벽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각각 0.63%와 0.21% 오른 데 이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0.31%와 1.40% 상승했다. 대만도 0.04% 떨어지기는 했으나 한국보다 하락률이 훨씬 적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을 대신할 국내 매수세력이 없어 주가가 더위 먹은 것처럼 기진맥진하고 있다”며 “7~8월중에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도 못하고 하락도 하지 않는 박스권에 갇혀 지루하게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카시아 경제'와 한국 증시
그래도 밸류 주식은 간다
이날 태평양은 한때 22만7000원까지 오른 뒤 전날보다 1만원(4.69%) 상승한 22만3000원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4월12일(22만1600원, 장중고점)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80여일만에 갈아치운 것. 종합주가지수가 930대에서 770대로 17%나 급락했지만 태평양은 훨훨 날고 있는 셈이다.
부산가스도 50원(0.39%) 오른 1만2850원에 거래를 마쳐 최근 52주동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1000원(0.38%) 떨어진 26만1500원에 마감된 농심도 사상 최고수준에서 소폭 등락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날 34만95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1만3500원(4.03%) 떨어진 32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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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서도 꼿꼿한 힘을 발휘하는 이런 종목들의 특징은 불황을 느끼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 시장지배력이 있어 원가가 올라가면 가격을 인상해도 판매가 줄어들지 않아 경기부진 속에서도 높은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10명중 1명만 긍정론..비관론이 대세일 때 상승의 계기가 마련된다
요즘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증시가 끝났다’는 것이다. 대세상승이 끝나고 대세하락 국면에 들어왔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도 반등 수준이며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영투신운용 지영걸 주식운용본부장은 “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에너지가 취약하다”며 “편입비율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시장대응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신우 PCA투신운용 전무도 “매수주체가 없고 경기방향성이 꺾인데다 악재가 아직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아 종합주가가 850을 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차광조 메리츠투자자문 이사는 “외국인 매매가 줄어들면서 거래대금이 2조원을 밑돌고 있다”며 “기관들이 주식을 살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종합주가가 720선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사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증시는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KB자산운용 김영일 주식운용팀장은 “너무 비관할 정도로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당장은 호재가 없어 주가가 오르지 못하나 펀더멘털이 그다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계기만 주어지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지수 떨어져도 20% 이상 오른 종목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