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진전된 악재, 불안감 지속
2일 종합주가지수가 갭 하락으로 출발했다. 전날 증시가 약세 마감할 때까지는 지속적인 반등에 따른 부담으로 소폭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날 갭 하락은 반등의 단절을 의미하는 듯하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지고 2분기 실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증시는 FOMC의 결정 이후 하락으로 반응하고 있다. 실적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는 1.5% 하락했다. 모간스탠리가 인텔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올 하반기 기술기업들을 중심으로한 실적 우려가 시작되고 있는 듯한 조짐이다. 과연 2분기 실적이 견조하게 유지된다 한들,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한 긍정적 코멘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취약한 증시가 하락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미국 경기에 대해서도 걱정이다. FOMC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면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미국 경기가 취약하다는 뜻은 아닐까.
미국 채권 투자의 워런 버핏으로 꼽히는 빌 그로스가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국채 매입은 전혀 논센스(Nonsense)다. 이에 대해 그로스는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신호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GM과 월마트의 6월 실적 전망이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6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예상했던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전달보다 하락했고 내구재 주문은 기대치 이하였다. 주간 실업수당신청은 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증가세로 회복세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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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돌아보면 더 걱정스럽다. 경기 회복 정도는 미국보다도 취약한데(소폭이나마 금리 인상을 꿈꿀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강화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3.6%가 뛰었다. 내수 회복은 난망인데 물가 압력만 높아지니 일각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나쁘게 보려면 한없이 나쁘긴 하지만 이날 주가가 급락하는 배경에는 하반기 실적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 국내 내수 부진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 등과 관련된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4월 중순~5월 중순까지 주가를 끌어내렸던 중국 긴축, 미국 긴축, 고유가 등 글로벌 3대 악재가 더 진전돼 증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습.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IT를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우려에다 내수 부진 등이 겹쳐 투자자들이 희망을 버리면서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모습"이라며 "2분기 실적이 견조하게 나오고 3분기 실적도 그런대로 괜찮게 전망되면 반등이 있겠지만 그야말로 반등일 뿐 큰 그림은 나쁘다"고 말했다.
이유는 1)미국 금리 인상. 1980년대부터 미국 금리는 추세적 하락세였다. 이번 금리 인상은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추세적 금리 인상기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커버스토리가 'Back to the 1970s'였다. 인플레이션으로 기억되는 1970년으로의 회귀가 지금 이슈화되고 있는 이유는 마음에 둘 필요가 있다.
2)전세계적 부동산 버블. 이미 호주 부동산은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조심스러운 속도로 금리를 올려 버블 붕괴를 막으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저금리로 유지돼왔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소비 버블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3)IT 경기 사이클이 전환점이 도달했다는 우려. 반도체는 아직까지 좋지만 LCD와 PDP, 휴대폰은 가격 하락, 출하량 둔화 등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 경우 감소폭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IT 경기 사이클이 둔화되려는 시점에서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외국인이 안 사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
게다가 국내 증시는 올 4월 중순까지 1여년간의 강세장이 전적으로 외국인 매수 때문이었다. 이 기간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매도했다. 지금 국내 투자자들이, 이토록이나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인은 관망이다. 대대적으로 팔지는 않지만 사지도 않는다. 아시아 관련 펀드에서 자금 유입세도 뚜렷하지 않다. 외국인이 사주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구도에서 외국인들의 자금 여력도 넉넉치만은 않은 듯하다. 특히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한국을 비롯해 이머징마켓보다 좋아보이는 시점에서 선진국 대신 이머징마켓 주식을 확대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증시가 720 수준에서 바닥을 마련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단기적으로 그럴 것이란 예상일 뿐이고 추가 악재가 나오면 언제든 더 내려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증시 구도다. 그리고 바닥이 더 낮아지지 않는다 해도 그 수준의 바닥이 길고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밸류에이션이 싸다고 해도 실적 전망치 하향이 예상되는 시점에 어느 정도 싼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주식을 매수할만한 이유도 없다. 악재가 완화된 듯하면서도 뭔가 시원하지 않는, 짙은 안개가 계속되는 듯한 불확실성이 괜히 불안한 증시다.
이날 증시는 나름대로 760을 지키려는 모습이다. 이번 반등 국면에서 고점은 785. 좀 쉬도 더 올라갈지 어떨지 의문이지만 힘은 너무나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