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공계 위기의 심각성

[기고]이공계 위기의 심각성

이병욱 전경련 상무
2004.07.05 12:48

[기고]이공계 위기의 심각성

과학, 통신기술의 발달과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의 도래로 모든 부문에서 과학기술 및 이공계 인력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기업투명성이 제고되어 관리직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대신에 기술변화를 선도할 이공계 인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공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젊은 세대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대학수능 응시자중 자연계 지원자 비중이 97년 43.3%에서 2002년 26.9%로 하락하였으며, 이공계출신인력 56.8%가 비이공계로 전환하거나 고시를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실제로 14.5%가 시도하였다는 조사결과 등은 이공계 위기조짐을 나타내는 징후이다.

이같은 이공계 기피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이공계 위기 발생원인에 있어서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반해 미국 등 선진국의 기피현상은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유지해야 하는 이공계 분야 특성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또한, 이공계 위기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핵심 고급 기술인력의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산업기술인력 장기수급계획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우리나라 주력산업 기술인력이 연평균 1만8000명이상 부족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급 프로젝트를 수행할 이공계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가 크게 부족하여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가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내에서도 이공계 출신 고급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9.11사태 후 법대 출신인 법률가나 군사전문가들이 맡았을 보직을 지금은 과학자가 맡아 전문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공계 위기 조짐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책마련이 요청된다.

우선,산업현장 수요에 부응하는 이공계 교육과 세계적 수준의 이공계 대학 육성이 필요하다. 산학협력 강화 및 현장밀착형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운영과 함께 테크노 MBA활성화, 산업현장 근무경력자의 교수채용시 우대와 세계적 이공계 대학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이공계 대학육성 노력 등이 요청된다.

둘째, 기업내 이공계 인력의 활용 실태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 강화가 요청된다. 전경련이 발표한 50대 대기업의 CEO와 임원중 이공계 출신비율은 각각 44.0%와 51.9%로 상경계 등 다른 전공자 보다 훨씬 많다. 적어도 산업계에서는 이공계가 홀대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이공계 우대분위기 조성 및 보상체계의 개선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의 지속적 추진과 함께 범 국가차원의 스타과학자 육성 사업 추진 등을 통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제고가 필요하다.

넷째,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통한 연구개발의욕의 고취, 기술평가시장의 육성, 이공계 고급인력에 대한 최고수준의 대우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환경조성과 동시에 법제도의 개혁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적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 져야 한다.

특히 글러벌 추세에 맞게 법, 제도를 단순화하고, 이해하기 쉽게 네거티브 방식(원칙자유-예외 규제)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젊은 인재들이 법 제도를 공부하는데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이와함께 이공계 인력의 공직 진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여 보건, 의료, 치안, 건설 등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이공계 경시 풍조가 하루아침에 시정될 수는 없겠지만 규제개혁 및 평가시스템의 정비와 함께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 조성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된다면 이공계를 선호하고 중시하는 선진시대가 머지않은 장래에 도래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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