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무더위보다 찬바람 좋아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말이 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다른 사람 말만 듣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 견해가 없어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책도 읽지 않으면서 자기 생각만 하면 외골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증시가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하게 하는 ‘진 빼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이 싸니까 사보자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오르기만 하면 팔겠다는 투자자들은 늘어난다. 거래대금이 2조원을 밑돌 정도로 시장에너지가 취약하다보니, 프로그램 매매가 시세를 좌지우지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이 우량 대형주를 팔고, 개인들은 단기 투기적 매매에 치중한다. 시세의 연속성이 없고, 주가 변동성만 커진다.
이럴 때는 ‘주가가 이렇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위험하다. 시장은 나의 희망이나 전망과 다르게 움직인다. 철저하게 시장 흐름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를 때는 찔끔찔끔, 떨어질 때는 푹푹..750도 부담스럽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82포인트(0.51%) 오른 747.46에 마감됐다. 모기 눈물만큼 올랐지만 떨어진 것 보다야 낫다. 그러나 전날 하락폭(18포인트)에는 훨씬 못 미친다. 코스닥종합지수도 3.24포인트(0.88%) 상승한 370.1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선물을 5616계약(2702억원) 순매수해 프로그램 매매에서 1671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내 지수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1110억원, 코스닥에서 145억원 순매도했다. 거래소 거래대금은 1조6634억원에 머물러 ‘빈사 증시’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전날 급락한 것을 이날 회복하지 못함으로써 종합주가 750선마저 부담을 작용하고 있다. 5일(753.63), 20일 이동평균(757.95)이 750대로 낮아졌다. 60일(805.93)과 120일(839.70)은 이제 까마득할 정도로 높아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기본 심리는 본전심리”라며 “주가가 하락과정에 있을 때 이동평균은 본전을 찾으면 팔겠다는 대기매물을 뜻하기 때문에 돌파하는데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는 ‘빅 이벤트’를 기다린다
요즘 증시에서는 악재는 커 보이고 호재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2/4분기 실적이 예상했던 규모로 나타나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시큰둥하다.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했다는 보도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도 740은 지켜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가가 싸다는 인식은 강하지만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불안심리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호재가 나타나 주가가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며 “그런 호재가 나타날 때까지 증시는 약세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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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꺾이고 있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주가는 결국 실적에 좌우되므로 주가가 싼 우량주를 싼값에 파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균형의 법칙..증시는 '쏠림'의 반대로 간다
요즘 증시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종합주가가 올해 900을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는 이제 거의 없다. 기껏해야 850이고, 700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아예 증시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하면 할말이 없다면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증시주변 여건도 만만치 않다. 유가가 다시 40달러대로 상승했다. 노조의 하투 등으로 투자심리가 식어 있다. 인텔과 야후 등 미국의 IT 대표주들이 하락하면서 나스닥지수도 2000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증시는 합의된 의견과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상승하려면 시간과 새로운 호재가 필요하지만, 비관론이 늘어가는 것에 맞춰 반등의 시기는 다가온다는 시각을 놓아서는 안된다. 찬바람이 불 때 쯤이면 투자자들의 심리도 바뀔 것이고, 새로운 돈도 증시를 기웃거릴 수도 있다. 그 때를 대비해 반등의 계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 눈과 귀를 크게 뜨고 준비할 때다. 먼저 준비한 사람만이 실제로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IT 쇼크..기댈 언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