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가치함정..탈출구가 없다

[내일의 전략]가치함정..탈출구가 없다

홍찬선 기자
2004.07.20 17:04

[내일의 전략]가치함정..탈출구가 없다

한국 증시에 탈출구가 없다. 온갖 악재와 호재를 하나로 엮어 주가를 만들어내는 용광로 기능은 한다. 하지만 줏대를 가진 투자자들이 적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몰아가는 ‘쏠림’ 때문에 주가의 자율기능이 없다.

‘가장 큰 호재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는 증시격언이 있다. 주가가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매수 세력이 형성돼 반등세로 돌아서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BPS)를 밑도는 종목이 많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를 밑돌거나 심지어 0.5밖에 안되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기업가치는 1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50억원도 안되는 ‘저평가’ 양상이 계속 이어진다.

외국인 선물매매에 휘둘리는 증시

1년 중 가장 덥다는 3복더위가 시작되는 초복인 20일 증시는 장마끝의 무더위에 온종일 시달렸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3.40포인트(1.79%) 떨어진 737.00에 마감됐다. 어렵게, 어렵게 오른 750선이 떨어질 때는 맥없이 허무하게 미끄러진다. 코스닥종합지수도 6.22포인트(1.73%) 하락한 354.2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두 얼굴을 보였다. 선물을 8049계약이나 순매도한 반면 거래소에서 1383억원 순매수했다. 선물에 투자하는 외국인과 현물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똑같은 것은 아니어서, 매매 방향이 정반대라는 것이 그렇게 꼭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물을 대량으로 내다팔아 선물가격을 떨어뜨려 프로그램 매도(1637억원 순매도)를 유발해 주가하락을 유발한 뒤 현물을 사들이는 것은 왠지 기분이 개운치 않다.

하루 전에 선물을 7555계약 순매수했고, 이날 현물 순매수도 많이 샀다기 보다는 적게 팔았다는 점에서 ‘학질 장세’를 되돌려 놓을 정도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치 함정에 빠진 한국 증시..주식 세일엔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한국 증시가 가치함정(Value Trap)에 빠져 있다. 주당순이익이나 주당순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한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뿐만 아니라 주식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드문 탓이다.

주식 수요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 남보다 먼저 내가 사야겠다는 심리가 확산돼야 늘어난다. 백화점 세일 때, 수량을 한정해 놓은 상품으로 사람이 몰려 일찍 동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과일 야채 생선 등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점점 하락한다. 주가가 또 떨어질지 모르니 사더라도 기다렸다가 매수하자는 사람이 많아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삼성전자(41만7000원) 포스코(15만9000원)현대자동차(4만4450원)LG전자(5만200원)삼성SDI(10만8000원) 등은 가치에 비해 싸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사려는 사람은 쭈뼛쭈뼛하니 주가는 오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다 떨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 되풀이된다.

해외 악재+국내 악재=주가 상승보다는 하락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42달러에 근접해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나스닥지수 1900선이 무너졌으며, 다우지수도 1만선에 근접해 있다. 일본과 유럽 경제가 상대적으로 낫고 중국경제도 연착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에 속해 있다. 기대됐던 ‘어닝 서프라이즈’는 없었고 ‘역시나’하는 실망감이 큰 상태다.

국내도 연쇄살인사건, 북한 함정의 NLL침범을 둘러싼 불협화음,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내수, 행정수도 이전 공방, 고객예탁금 감소 등으로 어수선하다. 주식투자를 하려면 투자할 만한 마당과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 40여일만 지나면 찬바람이 분다. 지긋지긋한 무더위도 세월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한다. 바람이 바뀌면 분위기와 심리도 변한다.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계기도 그때 가야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갑갑하더라도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대안이 없다.롤러코스트 주식으로 고수익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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