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버티는게 능사는 아니다
오른 만큼 떨어진다. 7월들어 증시는 어느 정도 오르면 그 이후 그만큼 떨어지고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는 모양으로 730~750 사이의 좁은 박스권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약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저점이 무너질만한 상황이었지만 720~730 사이의 저점만은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720~730 사이의 견고한 하방경직성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겠지만 주식의 목적이 버티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오르는게 목적인데 오르지 못하고 버티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떨어지게 돼있다. 물론 떨어지지 않고 버틴다면 오르지 않겠느냐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증시의 모양은 전자의 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720~730 저점은 지키고 있지만 고점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20일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증시는 반등을 해도 20일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날(28일)은 745에 걸쳐 있는 20일선을 소폭 하회하며 마감, 아쉬움을 더했다.
정 부장은 "오래 버틴만큼 720~730 저점이 무너진다면 상당기간 720~730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주가를 떠받치는 것은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판단이고 주가를 내리누르는 요소는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라며 "밸류에이션이 항상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둘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모멘텀 부재가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승장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싼지, 비싼지가 중요한 매매의 판단 기준이 되지만 하락장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증시를 따라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상승장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인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하락장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가 주가 하락에 뒤이어 후행하며 하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 투자가들도 현재 상황에서는 오르기보다 좀더 떨어질 확률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신우 PCA투신 전무는 "730선에서의 횡보가 지루하게 계속 이어지든지 아니면 좀더 떨어지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두어달간 증시를 끌어올릴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데다 증시가 올라가려면 가격이라도 메리트가 생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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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메리츠투자자문 대표도 "악성 매물이 다 해소됐고 기관들도 자산 재조정을 끝내서 기관의 추가 매물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점, 프로그램 매도 압력도 크게 낮아졌다는 점 등은 수급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승 촉매가 없어 단기적으로 횡보하든지 내려갈 확률이 더 커보인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나 개별 종목으로 보면(Bottom-up) 밸류에이션이 많이 싸보이고 더 떨어질 여지가 없어보이지만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Top-down) 경기 사이클 하락과 IT산업에서의 일시적 공급과잉 등 악재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바텀-업과 톱-다운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루한 횡보장세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
오늘(29일) 외국인은 소폭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7월 중순이후엔 소폭이나마 매수 우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 뚜렷한 방향성은 없다. 삼성전자만 해도 하루 샀다가 다음날 파는 식으로 매수-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가격 메리트가 생기면 일부 샀다가 좀 오른다 싶으면 조금 차익 실현하는 모습.
7월 중순 이후 매수 우위가 지속됐던 것은 730선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혹은 약세장에서 언젠가 있을 수도 있는 베어마켓 랠리를 감안했을 때 수익 내기가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전반적으로는 지금의 외국인 매매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상당수의 리서치 헤드와 주식영업부 총책임자가 휴가를 떠나고 자리를 비우고 있다. 외국계 주요 고객들 역시 휴가 시즌을 즐기고 있기 때문.
국내 증시의 대주주라 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방향성은 휴가시즌이 마무리되는 8월말~9월초에야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관들도 지금은 팔 때도 아니지만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는데 살 때도 아니라며 관망만 하고 있다. 자산 조정을 끝냈기 때문에 730선에서는 추가로 움직일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입장이다.
관망 속에서 당분간은 730에서의 버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날도 더운데 증시마저 진을 빼는 상황. 2주일간 출장과 휴가로 자리를 비웠던 한 펀드매니저 말대로 "가기 전이나 다녀온 후나 상황이 똑같다." 휴가를 떠나서 증시를 당분간 머리 속에서 잊어버리는 것이 최선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