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의심은 하되 거부하지는 마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속이 쓰리다. 하지만 주식을 팔았는데 주가가 오르면 오장육부가 뒤틀린다. 몇 달이나 몇 년 기다리다 겨우 본전이 돼서 얼씨구나 좋다고 팔았는데 팔자마자 날라 가는 주가를 보면 웬만한 투자자들은 환장한다. 모르긴 몰라도 25일 주식을 판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심정이 이럴 것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안겨준 이원희 선수의 시원한 한판승처럼 종합주가가 사뿐하게 800선을 넘었다. 심리적, 기술적 저항 때문에 몇 차례 도전과 좌절을 겪은 뒤 800고지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너무 쉽게 올라서 믿기지 않는 듯한 상황이다. 조정을 예상하고 상승을 틈타 주식을 내다판 개인들은 매도 후 주가가 오르는 것을 안타깝게 ‘그러 바라다보며 속만 태울 뿐’이었다.
외국인의 배반?, 공격적인 선물 매수와 현물 ‘사자’..‘악!’ 소리 나는 개인들
25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63포인트(1.47%) 오른 803.97에 마감됐다. 종합주가가 800선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6월8일(809.31) 이후 70여일만의 일이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20포인트(0.62%) 상승한 356.3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매수였다. 외국인은 주가지수선물을 8041계약(4116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최근 3일 동안 4613계약 순매도해 종합주가 800 부근에서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정반대였다. 외국인은 또 거래소에서도 665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선물을 6987계약(3569억원), 현물을 126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장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큰손인 외국인이 사는데 따라 해야 할 개미들은 엇박자를 놓은 셈. 다행히 주가가 떨어지면 모르지만 추가로 상승하면 개인들의 마음고생은 엄청 클 것으로 예상돼 가슴이 아프다.
‘오를 이유 없을 때 상승이 무섭다’..의심은 하되 배척은 하지 말아야
시황 분석 및 전망을 담당하고 있는 투자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들은 요즘 할말이 없다. 주가가 오를 이유를 찾기 힘들어 조정(증시 관계자들은 하락이라는 말을 거의 안 씀)을 보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 이를 비웃듯이 주가가 꼿꼿하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는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경기부양정책을 과감하게 집행하지도 않으며, IT 경기가 살아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데다 유가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등 주가가 오를 만한 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우리가 모르는 요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세를 부정하는 것보다 시세에 순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가가 바닥에서 80포인트 올라 713이 큰 바닥이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돼 투자심리가 안정된 것만도 커다란 진전”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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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불신의 벽을 타고 오른다”며 “오를 이유가 없을 때 상승하는 경우 의외의 시세가 날 때가 많은 만큼 종합주가 840선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800초가 랠리의 한계라고?"
840(820~860)까지 올랐을 때가 문제..추가상승할 모멘텀이 나오지 않으면 급락 우려
외국인이 팔지 않은 한 주가는 한 단계 더 오를 가능성이 많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매수로 매도포지션이 많은 개인들이 불안해하면서 선물.옵션 9월물 동시만기(9월9일)때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금리 인하 후 예금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주가가 840안팎까지 오른 뒤 △유가 안정 △IT 경기 회복 △내수 경기 회복 △미국 중국 일본 경제 회복 등이 본격화되지 않을 경우엔 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전무는 “종합주가가 800을 넘으면서 한국 주식이 싸다는 호재는 마무리됐다”며 “경기회복과 기업이익 개선의 모멘텀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돼 주가의 큰폭 상승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장률과 기업이익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여서 절대 수준은 높지만 주가에 영향이 큰 증가율(모멘텀)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가가 싼 700에서 비싼 900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를 뛰어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움직이고 있다..얼마까지 갈까?
삼성전자가 달라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000원(1.35%) 오른 45만1000원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7월1일 46만50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 특히 약 두달 동안 박스권의 상단으로 작용했던 44만원대를 뛰어넘어 45만원대로 올라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강세에는 외국인 매수가 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9만6000주(430억원) 순매수했다. 24일에도 11만1000주(492억원) 순매수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44만원을 넘어선 뒤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40만원 근처에서 샀다가 44만에 가까워지면 팔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가상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및 LCD가격 하락으로 3/4분기 영업이익이 2/4분기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은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반도체 및 LCD 가격이 빨리 하락하고 있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오히려 호재로 보는 사람도 있다. 가격이 빨리 떨어지면 바닥도 빨리 오고 회복도 급격히 이뤄질 것이며, 모멘텀을 보는 주가는 그에 선반영해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일단 모멘텀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계속 상승하는 것은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수강도와 45만원 이후의 주가흐름 등을 좀더 확인해본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주식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