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국인 IT주 왜 사나요?"

[오늘의 포인트]"외국인 IT주 왜 사나요?"

권성희 기자
2004.08.26 11:43

[오늘의 포인트]"외국인 IT주 왜 사나요?"

"국내 기관 투자가들과 얘기해도 시장 감을 잡기 어려울 거예요. 돈을 가진 사람이 외국인들이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장인데요.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황이 달라지는거 아닙니까."

한 기관 투자가에게 시황을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다. 국내 증시의 시황을 쓰고는 있지만 무력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국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외국인이 점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어떻게 매매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왜 사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는데 많은 한계를 갖고 있기에 느끼는 어쩔수 없는 무력감이다.

증시가 강하다. 유가 하락과 미국 증시의 기분 좋은 상승을 배경으로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더 강해졌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증시를 810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종합지수 770을 넘어서며 둔화되는가 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오히려 지수가 770 저항선을 넘고 800을 넘어서자 다시 재개되는 느낌이다.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3일째 순매수이고 3일간 매수 규모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오늘(26일)까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고 있는 업종은 전기전자(IT). 거래소시장의 외국인 순매수는 오늘로 3일째지만 전기전자는 4일째 순매수다. 특히 전날(25일)까지 외국인의 IT 순매수는 거래소 전체 순매수 규모를 뛰어넘었다. 오늘도 외국인의 거래소 순매수 규모 779억원(오전 11시15분 현대) 대비 IT 순매수가 446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은행이나 운수장비, 유통 등 전업종에 골고루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종합지수가 810도 넘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계속 매수하는 이유는 뭘까. 외국인 투자가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지만 외국인 투자가와 접촉하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알아봤다. 일단 전반적인 반응은 IT 관련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는 없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조금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들이다.

김기수 CLSA증권 주식영업부 상무는 "업종을 돌아가면서 조금씩 사는 순환매에다 기술주들이 계절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시기에 접어들어 선취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IT 경기가 꺾이고 있지만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좀 하는 것 같다"며 "올초 과도한 낙관에서 4월 이후 과도한 비관으로 바뀌었다가 IT 성수기를 맞아 IT주를 다시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리서치 헤드 역시 "기술주를 과매도하고 기술주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했던데서 벗어나면서 기술주를 저가 매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7월부터 기술산업 사이클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들이 쏟아져나왔는데 그 때 우려했던 것만큼 올 하반기 기술산업의 업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자가들이 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 리서치 헤드는 "아직 미국 개학 시즌(Back-to-School)을 맞아 PC 수요가 확연히 늘어난다거나 LCD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증가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심리는 과도한 비관에서 중립 정도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LCD와 관련해서 나쁜 소식들이 많았는데 LCD 관련주 중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큰 주식을 찾는 투자가들도 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순환매+밸류에이션 매력' 때문에 IT주를 사는 것일 뿐 IT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데 대한 시각은 변함이 없다는 의견들이다. 윤석 CSFB증권 전무(리서치 헤드)도 "가장 못 올랐던 업종이 IT주이기 때문에 순환매가 들어온데다 유가 하락 기대감으로 베타(경기 민감도)가 높은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아울러 최근 외국인들의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전체적으로 순매수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사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관망하고 있다'는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량 감소 속에 일부 저평가 종목에 대한 플레이로 외국인 순매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다.

한 외국계 투신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종합지수가 800을 넘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아직 주가가 싼 영역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기간을 어느 정도 놓고 보느냐에 따라서는 현재 수준에서도 살만한 주식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것과 달리 장기 투자자들이 돈을 가지고 산다면 시장은 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삼성전자의 실적이 피크를 쳤다는 것을 알아도 경기 사이클이 한 바퀴 돌아서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경기 사이클이 꺾이면서 모멘텀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 종목과 투자 기간이다. 당장 좀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는 시점에서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면 1년 이상의 여유를 두고 좋은 종목을 골라 투자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유가가 떨어지면서 동시에 나타나는 외국인의 IT주 순매수는 헤지펀드의 숏커버링도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헤지펀드들은 유가 상승을 기대해 원유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늘린 동시에 기술주에 대해선 숏(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 포지션을 유지해왔다. 최근 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유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줄이는 한편 기술주에 대해선 숏 커버링(빌려 팔았던 주식을 다시 재매수하는 것)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의심은 하되 거부하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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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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