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내일의 전략]"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홍찬선 기자
2004.09.16 16:49

[내일의 전략]"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물이 빠져 나간 뒤 배가 바닥에 닿아 있을 때는 아무리 기를 써도 배가 꿈쩍도 하지 않지만, 물이 들어오면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포커나 고스톱 칠 때도 자주 쓰인다. 패가 좋지 않을 때 공연히 블러핑(패가 좋은 것처럼 과장해서 베팅하는 것)하다 돈 잃지 말고, 패가 좋게 들어올 때 과감하게 베팅해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뜻이다.

주가가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계속 오름세를 나타내자 대세 상승이 이미 시작됐다는 긍정론이 나오고 있다. 일시적으로 소폭의 하락은 있을지 몰라도 올해 중에 전고점(939)을 뛰어넘은 뒤 내년초에는 1000포인트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노 저으라(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 증시 나홀로 상승..미국 일본 시장 주가 하락 ‘신경 꺼!’

1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75포인트(0.56%) 오른 855.38에 마감됐다. 이날 새벽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0.84%, 나스닥지수가 0.99% 떨어진 영향으로 전날보다 하락한 846.08에 거래를 시작한 뒤 844.06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이 1500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0.17% 하락한 것도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선물을 5551계약(3077억원)이나 순매수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외국인의 선물 대량 매수로 프로그램 매수가 4438억원어치나 몰려(매도는 637억원) 지수영향력이 큰 대형우량주를 상승세로 돌려놓았다. 반면 코스닥종합지수는 0.88포인트(0.24%) 떨어진 371.88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엔 진짜 다르다-내년 초 1000 넘어간다”

주가가 하락해야 할 시점에서 떨어지지 않거나, 악재는 주가에 잘 반영되지 않는 반면 호재는 곧장 반영될 때 주가는 의외로 강하게 상승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겠다는 대기매수 세력이 강해 주가가 하락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종합주가가 개장 초 조정을 보이자 기관투자가의 사자가 나오면서 상승으로 돌려놓은 것이 그런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기관들이 외환위기 이후 주식을 계속 팔아왔지만 이제는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며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도하지 않는 한 종합주가는 올해 안으로 전고점(939)을 넘어서고 내년초에는 1000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을 사면 역금리에 빠지는 기관들이 배당수익률이 높은 대형우량주를 적극적으로 사려는 식으로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며 “저금리로 인해 민간부문의 자산 배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주가상승을 이끄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날한국전력(0.45%)KT(2.83%)POSCO(1.39%) 등이 상승한 것은 그런 맥락이라는 것.

함춘승 씨티그룹증권 사장도 “국내 개인과 기관이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위험(리스크)을 감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도 베어마켓랠리라는 시각이 많지만 증시는 상승추세로 돌아서 전고점 위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헤란로의 Y씨도 “삼성전자주가가 53만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상승은 최소한 종합주가 900 이상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엔 진짜 다른가?-주가 상승 때마다 되풀이되는 주장의 진실”

2002년 4월, 월드컵을 앞두고 종합주가가 943까지 상승했을 때 ‘이번에는 다르기 때문에 1000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당시 ‘이번엔 다르다’의 근거가 됐던 것은 ‘ROE(자기자본이익률) 혁명’. ROE가 회사채 수익률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시중자금이 채권(회사채와 국채)에서 주식으로 옮겨갈 것이며 주가는 사상최고치(1138)도 경신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2003년 512.30까지 폭락했다.

2004년 4월, 종합주가가 939까지 오르지 ‘이번엔 진짜 다르다’며 주가 4자리수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당시 ‘이번에 다른 이유’는 기업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기업들이 수익성을 따지지 않은 무모한 투자를 하지 않고 이익이 나면 배당과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이익에 쓰기 때문에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그 약속도 외국인 매물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종합주가는 설사하듯 폭락해 713까지 미끄럼을 탔다.

그리고 이번에 또 진짜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이유는 기관들이 ‘팔자’에서 ‘사자’로 바뀌어 수급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미국에서 401k 도입등으로 기관들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기 시작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말까지 주가가 급등한 것처럼, 한국의 기관들, 특히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이 역금리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식을 사기 시작하고 있어 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사는 되풀이 될 때도 있고, 되풀이 되는 듯하다가 결정적일 때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때도 있다.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그 순간의 증시 여건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답은 없다. 약하고 약한 인간은 시장이 방향을 잡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물 들어올 땐가?, 아니면 썰물이 임박한 밀물의 끝인가?

주가는 합리적으로 결정될 때보다 ‘비이성적 충동'으로 결정될 때가 많다. 산책을 나선 강아지가 주인보다 매우 앞서 가거나 뒤로 처지는 게 주인과 나란히 걷는 것보다 많은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강아지는 주가, 주인은 기업가치(펀더멘털)다.승자-패자를 가르는 게임의 법칙

주가는 단기적으로 펀더멘털보다 심리와 돈의 힘에 좌우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종합주가가 5개월 만에 939에서 713까지 폭락했다가 863까지 상승한 것도 펀더멘털 변화라기 보다는 심리와 수급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수급일까, 심리일까, 아니면 펀더멘털일까? 수급과 심리는 바람과 같다. 머무르지 않고 항상 움직인다. 주가 변동성을 크게 하는 요소다. 반면 펀더멘털은 변동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종합주가 850대라면 과다하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가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펀더멘털일 가능성이 크다.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기미와 확신이 있는 사람은 종합주가 1000을 내다보는 희망론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큰폭의 상승은 어렵다는 신중론에 서게 마련이다.

지금이 물 들어오기 시작할 때인가, 아니면 이미 밀물이 한창 진행돼 물이 가득 찬 뒤 썰물이 시작될 때인지가 중요하다. 한번 썰물이 지나간 뒤 다시 물이 들어올 때 그때 전력을 기울여 노를 기울이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당장 판단을 내리기는 정말 어려운 순간이다.

소재,산업주 IT 바통 이어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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