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수급, 마냥 허약한 것만은 아냐

[내일의 전략]수급, 마냥 허약한 것만은 아냐

신수영 기자
2004.09.22 17:46

[내일의 전략]수급, 마냥 허약한 것만은 아냐

수급으로 올랐던 장이 여지없이 수급으로 내렸다. 22일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도에 속수무책으로 하락했다. 하락폭은 22포인트에 달한다. 고가 863에서 저가 835로 밀려났다. 장막판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늘어나면서 이날 저가가 곧 종가가 됐다.

삼성전자가 2.43% 내리며 46만원대로 후퇴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 KT 등이 2%대에서 하락했고 SK, LG전자, 우리금융, S-Oil 등 그간 상승했던 종목들이 작게는 3%에서 크게는 7%대까지 하락했다.KT&GLG상사등 배당주만 올랐다. 지수는 20일선과의 격차를 단 5포인트만 벌려놓고 있다. 이날 하루중에 5일선과 10일선을 변변한 저항없이 차례로 이탈했다.

최근 하락하는 종목들을 보면, 반등 순서대로 빠지고 있다는 느낌이다.국민은행이 8월중순 시장의 반등을 주도하며 4만700원까지 오른 뒤 9월초부터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좀 나중에 오른POSCO는 18만5000원을 고점으로 9월 중순부터 하락하고 있다. 오른 순서대로 하락하는게 사실이라면 베어마켓랠리라는 의심이 든다.

허약한 시장체력, 20일선..나아가 810 지지가 중요

이날 급락은 시장의 체력이 얼마나 허약하냐를 보여줬다는 우려가 있다. 현 장세가 베어마켓랠리이며, 상승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월봉상으로 보면 종합지수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음봉을 그린뒤 8월에 양봉을 보였는데 이는 5개월 연속 음봉이 나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있을만한 양봉이었다는 설명이다. 9월에도 8월에 이어 양봉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힘이 달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필호 신흥증권 부장은 "10월부터 조정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전주곡은 9월 윗꼬리가 길고 몸통이 짧은 양봉이 출현하면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윗꼬리가 길다는 것은 오버슈팅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즉, 최근 860까지 오른 것은 오버슈팅이었으며 지수는 현 수준보다 낮게(몸통이 짧을 전망이므로) 9월을 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승추세로의 전환을 확신하기 어려운 것은 아직 펀더멘털상에서 호전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시장이 추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기와 실적, 수급 세박자가 어우러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경기와 실적을 자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수만 보면 4월 이후 진행됐던 하락 사이클에서는 벗어났다"며 "여기서 방향이 상승으로 돌아서면 이는 4월 이전의 상승추세대로 복귀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간상으로도 추석연휴 이후 다가오는 10월이 4분기의 시작이자 내년에 대한 점검이 행해지는 시기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다시 펀더멘털로 옮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달간 증시는 하향조정되고 있는 펀더멘털과 개선되고 있는 수급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3분기 실적발표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10월 중순까지는 수급으로 오르고 내리는 조정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정시 그 깊이가 얼마나 될 것이냐다. 지지선에서 제대로된 지지를 받고 상승한다면 추세변화를 한번 더 믿어볼 수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추세반전에 성공했을 경우, 최초의 조정은 상승폭에 대한 38.2%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며 "이를 현 시장에 적용한다면 810선 내외가 된다"고 설명했다.

체력, 마냥 허약하지만은 않다

수급상으로는 실질 고객예탁금이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여력 척도 중 하나인 주식형 펀드도 지난해 3월12조원대에서 현재 8조원대로 감소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여력은 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뮤추얼펀드기금관리법 개정 가능성과 최근 6일 연속 매도했다지만 매도규모가 크지않은 외국인 매매동향 등을 보면 수급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더우기 연기금이 매수를 확대하고 있어 기대를 걸게 한다.

대우증권의 김 연구원은 "8월 이후 시장의 전반적인 수급상황은 눈에 띄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외국인의 경우 펀드플로어가 호전되는 가운데 미국계 자금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국내기관은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매도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경우, 아직은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은행권에서 자금이 이탈해 투신권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저금리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완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최근 사상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어 역사적 금리저점이 얼마 남지 않았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실질 금리 수준이 기대수익과 비교해 낮은 시기, 즉 완만한 채권수익률 상승이 기대되는 시기에는 400조원의 유동자금 중 일부가 점진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외국인의 경우 사상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하여 쌓고 있는 국내 외환보유고를 감안할 때 당분간 원화약세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지수대가 차익실현 욕구가 나올만하나 그간 순매수를 지속해 왔던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조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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